[한·미 동맹 60주년] 한반도 전쟁억지 안전판서 아시아 지역군 역할 부상
입력 2013-09-30 17:42 수정 2013-09-30 20:23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주둔하게 된 주한미군은 지난 60년간 한반도 안보를 위한 굳건한 버팀목이었다. 첨단 정찰·통신 장비와 강력한 화력을 갖춘 주한미군은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고 한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안전판이 돼 왔다.
1965년 2월 한국을 방문한 허버트 험프리 미국 부통령은 “한국의 휴전선에 대한 침공은 미 본토에 대한 침략으로 본다”며 “미국은 한국 땅에 단 한 사람의 미군이 주둔하더라도 1억9000만(당시)명의 전 미국인이 한국에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현재도 한반도에 주둔하는 ‘붙박이 군’으로 강력한 대북(對北) 억지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및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 규모는 부침을 거듭해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역 군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보의 보루=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국에 대한 제2의 침략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변영태 당시 외무장관과 존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이 서명한 이 조약은 전문과 6개 조항로 구성돼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54년 11월 17일 양국이 합의한 ‘한국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에 관한 합의의사록’에 규정돼 있다. 작전통제권은 유엔군 사령관에 둔다는 조항도 여기에 들어 있다.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 주한미군은 8개 사단 32만5000여명 규모였지만 54년 2월 2개 사단이 철군하고 그해 8월 4개 사단마저 철수해 55년 중반에는 2개 사단 8만5500여명만 남게 된다. 이후 주한 미군이 철수할 때마다 대북 억지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한·미관계가 요동치기도 했다.
미군은 대규모 군사원조를 통해 한국군 전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55년 4억2000만 달러의 군사원조와 2억8000만 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등 68년까지 매년 3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 당시 한국 국방비의 87%에 해당되는 규모였다. 57년 일본 도쿄에 있던 유엔군사령부를 서울 용산으로 옮기고 주한미군사령부를 창설해 주한미군 편제를 강화했다.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 구축= 하지만 69년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독트린 발표 후 71년 또 한 차례 미군 감축이 이뤄진다. 제7사단이 미 본토로 돌아갔다. 양국은 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해 미군의 공백을 연합방위체제 강화로 대체했다. 과거 미 합동참모본부의 일방적인 통제를 받던 것에서 양국 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한국군 역할이 강화된 것을 의미한다.
현재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전력은 크게 강화됐다. 국방대학교 권헌철 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력과 장비의 가치는 17조∼31조원에 달한다. 유사시 한반도 방위를 위해 증원되는 69만여명의 미군 병력과 전투기 2500여대, 항모전단 등의 가치도 270조원으로 추산됐다. 통일연구원은 주한미군의 보유자산 가치를 28조원, 유사시 증원전력의 가치는 464조원으로 추정했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가능성=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한·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고정돼 대북억지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분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한국의 반대와 핵과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이 커지자 현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군사력 배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정책을 감안하면 주한미군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서울 용산기지에 있던 미 94헌병대대가 경기도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해군2함대와 오산 공군기지가 가까운 평택기지는 1465만㎢(443만평) 규모로 2016년 완공돼 사령부와 미2사단 등 주한미군의 핵심적인 지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