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은 희망 주는 계시이자 인생의 거울”
입력 2013-09-30 17:26
평신도 위한 구약특강 시리즈 펴낸 차준희 한세대 교수
“성경 통독과 다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말씀의 기근은 해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정독이 필요합니다. 한 번 읽어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최근 ‘예언서 바로읽기’ 등 평신도를 위한 구약 특강 시리즈를 펴낸 차준희(52) 한세대(구약학) 교수가 성경 바로 읽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성경 읽는 횟수보다 제대로 알고 말씀대로 살자는 뜻에서다. 정독(精讀)은 의미를 새겨가며 자세히 읽는 것을 말한다.
차 교수는 구약 대중화를 위해 발로 뛰는 보기 드문 소장학자다. 현재 한국구약학연구소장, 한국구약학회 수석 부회장 등을 맡고 있고 20년간 구약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연구실뿐 아니라 방송과 강연에 나서고 시골교회를 찾아 구약성경 부흥회까지 열고 있다. 책도 벌써 45권을 썼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한국교회 강단이 구약 설교가 약하고 성도들은 구약 읽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은 하나님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시며 인간은 신앙고백으로 응답합니다. 구약은 계시이자 인생의 거울이 되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이 귀한 메시지를 성도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차 교수는 예레미야와 미가서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구약성경 중 예언서는 설교조차 들을 수 없는 게 강단의 현실이라고 했다. 주된 이유는 목회자들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언서는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또 메시지가 주로 심판이어서 성도들은 부담스러워하고 설교자도 이에 동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단이 소프트해졌습니다. 하지만 선지자들은 백성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씀을 전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차 교수는 이 때문에 오늘날 목회자는 구약의 세 리더의 기능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레미야 18장 18절에는 예언자, 제사장, 지혜자에 대해 나옵니다. 목회자들은 구약의 이 세 사람에 대해 신분이 아니라 기능을 계승해 교회 안에 말씀과 책략, 율법이 끊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에 따르면 구약성경 예언서의 ‘예’는 ‘미리 예(豫)’가 아니라 ‘맡길 예(預)’를 써서 맡겨진 말씀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예언서가 중요한 것은 미래적 사건이 담겨 있어서가 아니라 특정 시대에 하나님이 어떻게 말씀하셨는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성도들은 예언서를 읽으면서 예언자들의 눈으로 시대를 꿰뚫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BC 8세기 예언의 핵심은 공의(암 5:24), 인애(호 6:6), 믿음(사 7:9)이다. 이 예언 사상은 후대 선지자와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면면히 흐른다. 예언자 미가는 선배들의 사상을 집약해 6장 8절에 압축했고 예수는 이 말씀을 인용해 당시 부패한 종교 지도자들을 향해 “정의와 긍휼과 믿음을 버렸다”고 질타했다(마 23:23).
차 교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예언서의 영성과 사상에 주목해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해야 한다”며 “성도들은 말씀에 갈급해 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