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권하는 한국, 수술 횟수 세계 1위
입력 2013-09-30 17:23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심현정(23·여)씨를 만난 건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였다. 인형을 닮은 외모와 쭉 뻗은 팔다리를 갖고 있는 그는 현재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돌출된 입이 콤플렉스였던 심씨에게 어느 날 양악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심씨는 “성형수술을 한 후 외적으로 완성체가 된 기분”이라며 “양악수술 이후 주변으로부터 훨씬 예뻐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고,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형 전과 후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심씨처럼 외모가 변화된 이후 인생이 크게 변화했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 다른 여성은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이다. 전지현(가명)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눈, 코 성형을 했다고 한다. 동양적인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김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성형수술을 했다. 전씨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것도 외모를 바꾼 덕”이라며 “한국사회에서는 외모에 대한 획일적 잣대로 여성들을 평가하기 때문에 성형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보톡스, 리프팅 등 얼굴 윤곽을 살려주는 ‘프티 성형’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바야흐로 성형시대다. 2011년 국제성형학회(ISAPS)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77명 중 1명꼴로 성형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구 대비 성형 수술 횟수 비교에서 세계 1위이다. 19∼49세의 도시 거주 한국 여성은 5명 중 1명 꼴로 성형 수술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은 성형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들의 사연은 이제 식상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이제 성형이 한국 여성들에게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인생 역전의 ‘도구’가 돼버린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윤인순 의원은 “여성들의 경우 취업과정부터 지속적인 외모 관리 요구나 평가 속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등 심리적 불안과 함께 여성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성형은 이미 미디어 의료산업, 노동시장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서 강화되고 있고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로서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모가 우월한 사람이 돈도 잘 벌고, 행복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뛰어난 외모로 쉽게 성공하려는 ‘한탕주의’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한 성형 여성은 “얼굴이 예뻐지면 돈도 많이 벌고 남자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될 줄 알았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결국 성격, 내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토로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