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B형간염 치료제 효능 좋은데… 진료지침·보험적용 제도 마련 지체

입력 2013-09-30 17:23

뛰어난 치료제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치료 가이드라인과 보험적용이 이 같은 치료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성 B형 간염치료의 경우 기존 약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치료효과는 더 뛰어난 최신 항바이러스제가 출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 치료 전략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시도들이 의료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12월 길리어드 사이언스사의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어)가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 5년 만에 건강보험급여를 받으며 최신 치료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만성B형 간염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연구를 통해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로 간경변증을 회복시킨다는 점을 입증했고, 또 6년까지의 내성 발현율 0%와 우수한 바이러스 억제 능력, 식사유무와 상관없이 1일 1회 복용이라는 환자 편의성까지 갖춰져 만성 B형간염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뛰어난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치료전략도 변화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B형 간염치료의 경우 약제 내성 바이러스 보유 환자에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더 우월한 치료효과(바이러스 반응)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진료현장에서 제픽스 내성환자에 대해 헵세라와 제픽스의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현행 치료제 급여기준이 약제 내성 환자에서 병용요법 외에 처방에 대해 보험급여 삭감 등의 방법으로 제한돼 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존 B형간염 치료제 헵세라는 2004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약 10년 동안 주로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 내성환자 치료에 쓰이는 2차 약제로 쓰여 왔으나 더 나은 바이러스 억제효과보다 추가적인 내성 감소를 위해 제픽스 내성 환자에서 헵세라와 제픽스 병용요법이 권고됐다.

문제는 비리어드 단독요법으로 치료한 제픽스 내성환자들의 89%가 2년 이내에 완전 바이러스 반응을 보일 만큼 충분한 치료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병용요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치료 경향에 진료 가이드라인이나 급여기준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의료계에서도 교차내성 및 효능면에서 우수한 약제라면 단독요법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약제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할 때 내성환자 치료에 있어 치료효과가 검증된 새로운 약제의 단독요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약제보험기준 담당자는 “보험급여 기준 변경을 위해서는 의학적 타당성과 대체약 여부, 재정 영향분석 등 근거자료를 갖고 제약사·학회·병원·환자단체 등이 복지부나 심평원에 요청을 해야 한다. 비리어드의 경우 학회에서 의견을 주면 검토키로 했지만 아직 의견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사평가원 약제급여기준 관계자 역시 “급여기준 변경을 위해서는 임상적 효과성과 보험재정이 감내할 수 있도록 약값이 적정수준이어야 하는데 비리어드의 경우 심평원이 해외 임상자료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판단이다”라고 밝혔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