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평생 관리해야 할 질병이죠”

입력 2013-09-30 17:19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처음 백혈병에 걸린 후 2년 넘게 다른 치료에 매달리다 뒤늦게 항암제 치료를 하며 수많은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내 주변에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나의 병을 고치려고 애쓰는 의료진들, 그들을 믿고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는 환우들, 전에는 몰랐던 인간에 대한 신뢰가 하루하루 나를 더 건강하게 하고 있다. 혹한을 이겨 낸 들꽃이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래, 나의 봄날은 또 온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환자들의 경험을 담은 ‘자꾸 아파서 미안해’ 책에서 발췌한 한 환자의 생생한 이야기다.

과거에는 ‘백혈병’ 하면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는 병으로 여겨졌었다. 골수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0년간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해 온 치료 환경 덕분에 많은 이들이 표적항암제만으로 생명 연장 또는 완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항암제를 찾기란 쉽지 않기에 그 치료 과정을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고통’에 빗대곤 한다.

CML 치료의 권위자인 김동욱(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백혈병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며 “이제 환자들도 백혈병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죽음을 의미했던 백혈병의 완치율은 현재 70%에 육박한다.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등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급성백혈병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관리하면 장기 생존이나 완치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넘나들지만 환우들은 기꺼이 백혈병을 ‘가까운 친구’, ‘동반자’로 여긴다. 하지만 치료를 소홀히 하면 언제든지 병이 악화돼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러한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완치의 희망을 주기 위한 ‘CML Day’가 지난달 11일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위치한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 1층 대강당에서 CML 환우와 가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서울성모병원·한국과학기자협회·루산우회(CML 환우회) 공동으로 개최됐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처럼 일반적으로 백혈병 환자들은 창백하고 머리가 다 빠진 처량한 모습에 빗대어진다. 그러나 이제 환자들은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이다. 행사에서는 탤런트 최석구씨의 사회로, 김동욱 교수의 강의, 백혈병 투병을 주제로 KBS 공채 탤런트들이 준비한 연극 공연, 백혈병 최신 치료법 관련 동영상 상영, 환우 투병기 발표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특히 연극 공연에서는 임산부 환자, 한 집안의 가장 등 투병 환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 일부 환우 및 가족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은 마라톤에 가깝다”며 “30∼40년간 약을 꾸준히 먹고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뿐 아니라 환자가 치료제에 대한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