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박철 교수 “귀 기형, 말 못할 고통… 새 희망 선사할때 보람”

입력 2013-09-30 16:46


예나 지금이나 아기를 낳자마자 산모는 아기의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묻는다.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가 모두 있습니까?” 손가락 열 개와 발가락 열 개가 모두 있다는 의사 말에 안심을 한 산모는 이어서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두 개여야 할 귀 가운데 한쪽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소이증·무이증 환자들의 이야기다. 소이증·무이증은 한쪽 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채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이다. 얼굴의 균형을 담당하는 두 개의 귀는 눈과 코 못지않게 얼굴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한쪽 귀가 없는 소이증·무이증 환자들은 세상으로부터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대부분이 대인기피증을 비롯한 정신적 질환을 조금씩 앓고 있는 이유다.

박철(사진) 고대안암병원 귀성형연구센터 교수는 귀성형수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의다. 그에게 귀를 선물 받은 환자가 3000여명에 달한다. 박 교수를 만나 소이증·무이증과 수술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언제부터 소이증·무이증 연구를 시작했나 계기가 있었나.

“1989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귀성형에 관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동료 의사들도 많았지만 개척분야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데이터가 없어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소이증·무이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선천성 기형들이 그렇듯 소이증·무이증도 원인을 알 수 없다. 귀수술을 한 사람들 가운데 혹시 자식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모가 소이증일 때 그 자식이 소이증일 가능성은 1∼2% 정도밖에 안 된다.”

-단순히 외적 문제만 있나. 청력손실의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청력은 중이와 내이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외이가 없다고 해서 청력이 완전히 손실된 것은 아니다. 소이증 환자는 정상인과 비교해 많게는 4분의 3, 적게는 2분의 1 정도의 청력을 갖고 있다.”

-수술방법은.

“가슴 밑 부분에 위치한 연골을 떼어내 귀 틀을 만들어 주고 그 위에 살을 덮인다. 이 때문에 가슴연골이 덜 자란 12세 이하 환아는 수술이 어렵다. 억지로 수술을 강행하면 가슴 변형이 올 수 있다. 간혹 인조연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염증이나 외부충격에 약해 오래 견디지 못한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환자 중 북한여성이 있었다. 그 환자의 귀는 마치 ‘수제비 반죽’처럼 살점만 겨우 붙은 정도였다. 정상적이지 못한 귀 모양으로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 그녀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이 고대병원 귀성형센터였다. ‘흉한’ 귀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였던 것 같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태어날 때부터 귀가 없는 그들은 학창시절 갖은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귀성형을 통해 만들어진 귀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된다. 머리를 덥수룩하게 길러 평생 귀를 가리고 다니던 여성 환자가 예쁘게 묶음머리를 하고 한껏 밝아진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 때면 일의 보람과 사명을 느낀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