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서 휘발유 생산 기술 세계 첫 개발

입력 2013-09-30 02:08

미생물에서 휘발유를 생산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형태의 화합물을 대량 생산하는 ‘대사시스템공학’을 이용해 미생물을 ‘원유 공장’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생산된 휘발유가 아직은 극미량에 불과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면 휘발유는 물론 디젤, 플라스틱 등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하는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대장균이 포도당을 먹고 가솔린을 배출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30일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대장균의 먹이인 포도당은 옥수수, 나무 등 ‘바이오매스(생물 에너지원)’에서 추출했다. 바이오매스는 ‘기후변화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공짜 에너지’인 태양빛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자원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의 관건은 가솔린처럼 사슬 길이가 짧은 알케인(Alkane·사슬형태 탄화수소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지방산 길이를 원하는 목적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효소를 새로 발견하고, 개량된 효소를 대장균에 적용해 미생물에서는 생산하기 어려운 짧은 길이 지방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한 대장균을 배양해 배양액 ℓ당 약 580㎎의 가솔린을 생산했다.

이 교수는 “대장균으로 생산한 가솔린은 일반 가솔린과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며 “다만 산업적 가치를 가지려면 대장균의 연속배양이 가능해야 하고 시간 및 ℓ당 휘발유 3g씩은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