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3부) 한국,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다] (26) 질적 도약 나선 재생에너지 정책

입력 2013-09-29 19:25


연방경제부 슈뢰더-젤바흐 차장·하이네만 과장 “獨재생에너지 전기 생산 비중 2020년엔 44%”

독일 재생에너지 정책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산업 위주의 정책을 펴 성공적으로 정착을 시켰다. 하지만 그동안 간과했던 부작용이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육성에서 경쟁력 제고로=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11일 만난 독일 연방경제부 재생에너지과 우베 슈뢰더-젤바흐 차장과 니코 하이네만 과장은 앞으로 독일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재생에너지의 시장 경쟁력, 목표량 달성, 전력망 개선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슈뢰더-젤바흐 차장은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게 앞으로 정책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재생에너지법(EEG)을 개정하면서 태양광 발전에 지급되던 발전차액지원(FIT) 금액을 대폭 축소했다. 중국산 저가 패널 수입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 구축비용이 낮아지면서 사업자들이 몰려든 것이 원인이 됐다. 현재 독일 내 태양광 발전 용량은 34.6기가와트(GW)에 달한다. 독일 정부가 보조금 지급 상한선으로 정한 52GW에 빠른 속도로 근접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2018년에는 보조금이 중단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대해 슈뢰더-젤바흐 차장은 “태양광은 스페인, 그리스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FIT를 낮췄다”면서 “FIT를 점차 낮추고 업체가 시장으로 나가 직접 고객을 찾도록 구조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지금보다 성장하려면 정부 수요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슈뢰더-젤바흐 차장은 “현재 정부의 목표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 비중을 최소 35% 달성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나 향후 투자 계획 등을 종합하면 44%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높아지는 국민 부담, 기업 면제 논란도=하지만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독일 정부는 다음 달 15일 내년도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최종 결정한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는 EEG에 근거해 계산한 내년 부담금이 킬로와트(㎾)당 6.42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5.27센트보다 1.15센트 늘어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점차 확대되는데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모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비용은 소비자 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더해진다.

하이네만 과장은 “에너지 체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데에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고 전제한 뒤 “최근 들어 부담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총선 이후 이 재생에너지 부담금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독일 EEG는 연간 1기가와트아워(GWh) 이상 전기를 사용하거나 전기요금 비중이 매출액의 14% 이상인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사용량에 따라 부담금을 면제해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올해만 2300여개의 기업이 면제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네만 과장은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이 기업을 다른 나라로 내몰아 버리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독일 정부는 기업들이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기후보호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일수록 전기 사용료가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다 내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부담금 면제 혜택을 위한 특별 규정을 두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뢰더-젤바흐 차장은 “물론 규정을 남용하는 기업은 항상 어느 정도 있다”면서 “EEG 조항은 해마다 실효성이 검토되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음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개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송전망 구축 필요=독일 재생에너지 시설은 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산지가 많은 남쪽보다 해안가와 인접한 북쪽에 바람이 많기 때문이다. 남쪽에는 원전이 집중돼 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2022년 원전이 완전 폐쇄되면 남쪽은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이를 전국에 보낼 전력망 구축도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야당이 집권하는 주정부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송전망 구축에 비협조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이네만 과장은 “시민들이 송전망 사업에 투자를 통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 한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하면 환경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