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 화성甲 출마카드 내밀까
입력 2013-09-30 04:58
대선 경선 패배로 정계은퇴의 문턱까지 갔던 민주당 손학규(66) 상임고문이 8개월간의 독일 생활을 마치고 29일 귀국했다. 경쟁자들인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입지가 약화돼 있고, 10월 재·보궐선거까지 앞둔 미묘한 시점에 귀국한 그가 향후 어떤 선택으로 몸값을 키워나갈지 주목된다.
손 고문은 귀국 인사에서 정치 재개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저의 모든 관심은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 국민과 함께 힘차게 뚜벅뚜벅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귀국 인사가 마치 무슨 출마선언같이 들렸다.
공항에는 신학용 양승조 조정식 이낙연 유승희 김동철 이춘석 최원식 임내현 의원 등 손학규계 전·현직 의원 20여명과 700명 가까운 팬클럽 회원들이 나와 세(勢)를 과시했다.
귀국한 그가 첫 번째로 헤쳐 나갈 문제는 10월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출마 문제다. 측근들은 그동안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해왔지만 입국장에서의 손 고문 뉘앙스는 출마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과 민주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어느 때든 몸을 사리지 않고 던져왔다”며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인은 예술로 말하고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선거를 회피하는 일은 정당과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한 측근은 “당이 요청하면 출마하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했다.
손 고문이 향후 안 의원과 어떤 관계를 가져갈지도 관심거리다. 대선 경선 때 친노무현계인 문 고문한테 패배했던 손 고문은 역시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문 고문한테 밀린 안 의원을 만나 동병상련의 정을 나눴었다. 이후 둘의 연대설이 끊이지 않았다. 손 고문은 공항에서 “안 의원이 새 정치를 정립해 그 내용을 채우고 새 정치를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손 고문은 궁극적으로는 대선에 재도전하는 게 목표인데, 그렇게 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손 고문이 일단 화성 보궐선거 당선 등으로 정치적 파괴력이 남아 있음을 확인시켜야 하고, 당내 지지기반도 넓히는 게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4년 뒤 칠순인 그가 대권에 재도전하는 시대적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해가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