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노인 되니 동심에 더 공감, 동시 쓰게 됐죠”… 한·일 대표시인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대담
입력 2013-09-29 18:56
일본의 국민시인 다니카와 슌타로(82)와 한국의 대표시인 신경림(77)이 ‘파주북소리 2013 축제’에서 만났다. 두 시인은 29일 경기도 파주시 지지향 1층 로비 특설무대에서 대담을 갖고 각자의 시 세계와 동심, 나이들어감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해 첫 동시집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를 발표한 신경림은 “노인이 되니까 오히려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더 알 것 같고 더 알고 싶어져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니까 애가 돼서 그때 생각이 나고, 애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1973년 첫 시집 ‘농무’ 발표 이후 예술성을 겸비한 민중시인으로 문학사에 자리매김한 그의 동시 창작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반면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한 뒤 200여권의 책을 쓴 다니카와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꾸준히 써왔다. 그는 “아이들 시장이 넓어서 수입을 위해 시를 썼다”며 “나이를 먹으면 아이가 된다는 일본 속담이 있듯 내 안에 있는 아이는 억압하지만 않으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나는 전래동요를 부르며 자랐지만 최근 젊은 세대는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며 “1970년대 영국의 전래동요 ‘마더구스’를 번역했을 땐 많이 팔렸지만 현대적인 동요는 만들어도 아이들은 읽지 않고 불러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가사를 썼던 그는 “이제는 아톰 노래가 새로운 (전래)동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신경림의 즉석 요청으로 아톰의 주제가를 한 소절 불러주기도 했다.
이에 신경림은 “일본도 한국만큼 시가 많이 안 읽히지만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시정시, 시상 이런 것들이 일본인들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다니카와는 “디지털화된 세상이지만 아날로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다보면 곧 시가 된다”며 “컴퓨터 게임을 하는 어린이들도 알게 모르게 더 재미있는 걸 찾아서 자연체험 등을 하지 않나. 여전히 포에지는 우리 삶에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시인은 다음 대담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어떻게든 살아만 있어다오.”(다니카와) “건강하게 지내세요.”(신경림)
파주=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