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국정 틀 다시 세우길
입력 2013-09-29 18:32
복지장관 사표 수리하고 새 각오로 인사기강 다잡아야
출범 7개월을 막 넘긴 박근혜정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문제로 여권 내부에서 불화가 노출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표가 뒤늦게 수리됐지만 정치적 축출이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사 절차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기초연금 정책이 표류하고 있고, 검찰 조직도 안정되지 않고 있다. 여권이 비상한 각오로 국정의 틀과 기강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진 장관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초연금 정책의 방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에 장관이 반발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복지부 장관 자리는 각종 시혜성 정책을 다루므로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자리다. 따라서 복지부 장관은 최선의 정책을 위해 관련 기관과 충분히 소통하되 일단 큰 틀이 정해지면 차질 없이 정책을 집행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엇갈리는 복지정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진 장관의 사표는 대통령 사과에 찬물을 끼얹고 기초연금 정책을 뿌리째 흔든 격이다. 더구나 진 장관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으로 공약 수립을 책임졌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런 진 장관이 두 차례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굽히지 않는 것은 정권 핵심에서부터 대통령의 장악력이 흔들리는 것으로 국민 눈에 비친다.
채 전 검찰총장 사표 수리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혼외자 논란이 보도된 뒤 애초 진실규명의 역할을 채 전 총장 개인에게 맡겨두거나 그럴 사안이 아니라면 일찌감치 사표를 수리했어야 했다. 법무부가 감찰 방침을 발표한 뒤에야 채 전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논란을 증폭시켰고, 사표 처리에 보름이나 걸린 것은 일선 검사나 야당의 반발에 대통령의 인사권이 밀린 듯한 인상을 줬다.
박 대통령은 흐트러진 국정운영의 틀을 다잡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진 진 장관의 사표를 속히 수리해 더 이상의 권력누수를 막아야 한다. 이제 복지부 장관, 검찰총장을 맡을 적절한 새 인물 선정에 깊은 고심을 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은 동시에 인사권이 흔들리게 된 원인을 되새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대통령 임기가 4년 넘게 남았고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장외투쟁을 반만 접고 국회로 복귀한 야당이 국회에서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진 장관 사퇴 파문으로 기초연금 정책도 본질적으로 훼손됐다. 흐트러진 틀로는 국정을 끌고 가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정권 재출범에 준하는 비상한 자세로 국정의 틀을 일신해야 한다. 정권 출범 당시로 돌아가 국민들에 한 약속들을 되새겨보고 느슨해진 인사 기강도 세워야 한다. 내각이나 참모진, 여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야 관계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기회를 갖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