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석사 불상 해법 감정 앞세울 문제 아니다
입력 2013-09-29 18:31
일본에서 들여온 장물인 충남 서산 부석사 불상과 관련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은 모양이다. 파문이 확대되자 유 장관은 28일 광주에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합의문 서명을 마친 뒤 “도난하거나 약탈한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는 국제 규약이 있어 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원칙적인 발언을 일본 언론이 자국 중심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 불상은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 관음사에서 보관돼오다 지난해 10월 한국 절도범들이 국내로 들여왔다. 유출 경로는 불확실하지만 14세기 왜구들이 강탈해갔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불상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일본은 당장 반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원래 우리 것인데 왜 돌려주느냐는 입장이다. 법원도 부석사의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
아무리 불법으로 유출된 문화재라 하더라도 명백하게 훔쳐서 돌아온 것이라면 소유주임을 내세워 막무가내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1982년 8월에 가입한 ‘문화재의 부당한 반출입 및 소유권의 이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등 나라 간 맺은 약속을 잘 살펴봤으면 한다. 여러 국제 조약에 따르면 소재 국가의 공식 허가 없이 문화재를 가져오면 불법 반출로 규정한다. 도난 또는 불법반출 등 불법거래 문화재에 대해서는 외교 당국을 통해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장물임이 분명한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또 일본도 강탈한 우리 문화재를 나 몰라라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2011년 조선왕실의궤를 비롯한 1200여책을 돌려준 적이 있다. 일본인 개인이 소장하고 있었던 국보급 문화재가 되돌아온 경우도 여럿이다. 국제적인 규율을 지키면서 차분하게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부석사 불상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은 틀림없지만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글로벌 마인드를 망각할 경우 자칫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정왕후 어보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훔쳐간 것으로 확인되자 소유주인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박물관 측이 경매에서 구입했음에도 기꺼이 반환키로 한 최근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난히 외침을 많이 겪었던 만큼 해외로 불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무려 15만점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 남짓은 일본에 있다. 이번처럼 공개된 장소에 있을 경우 그나마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개인이 소유하거나 박물관 수장고에 있을 경우 행방을 찾기도 어렵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당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리 것을 되찾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