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듭되는 반인륜범죄 이면에 똬리 튼 도박 빚
입력 2013-09-29 18:30
도박 빚 때문에 부모·형제를 살해하는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반인륜적인 범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중병을 앓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들 범죄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황금만능주의나 생명경시 풍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병리현상인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남 여고생 살해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진모(42)씨는 7∼8년 전부터 경륜에 빠지면서 빚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번만 터지면 된다’는 미련에 허황된 꿈을 좇다 돈을 탕진하고 전셋집 보증금을 빼 빚을 일부 갚았지만 2000여만원의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인천 모자(母子)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29)씨도 빚 때문에 천륜(天倫)을 끊는 범행을 자행했다. 카지노를 자주 출입하며 돈을 잃어 결혼 당시 어머니가 마련해준 1억원짜리 빌라를 8개월 만에 처분했고 8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1억원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하는 패륜(悖倫)적 범행도 모자라 형의 시신을 훼손하는 등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 돈 앞에서 부모도, 형제도 없는 세태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지속되는 경제난으로 돈을 노려 가족을 살해하는 범죄가 비일비재하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존속살해 범죄 건수는 287건으로, 1주일에 한 번 꼴이다. 이 같은 범죄의 상당수가 도박 빚 등 금전 문제에 기인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카지노 등 폐광지역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이 원래 취재와 달리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주입되는 사회에서는 돈에 눈이 멀어 부모를, 이웃을 해코지하는 범죄를 막을 길이 요원하다. 만연된 황금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풍조를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병리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선 인성교육, 집에서는 가족 간 대화, 사회에선 공동체 인식을 넓혀가는 등 도덕적 가치 회복에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