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연정 사실상 붕괴
입력 2013-09-29 18:19 수정 2013-09-29 23:27
중도보수파 장관 5명의 사퇴로 이탈리아의 대연정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탈리아 정국 불안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AP통신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자유국민당(PDL) 소속 장관 5명이 사퇴키로 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금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상원이 자신의 상원의원직을 박탈하면 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사퇴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BBC는 자유국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민주당(PD)이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면 다시 총선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민주당 옌리코 레타 총리와 함께 선거를 다시 치르지 않고 최대한 새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연정 붕괴는 표면상 자유국민당과 민주당의 판매세 인상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이다. 레타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베를루스코니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판매세를 21%에서 1% 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자유국민당은 “판매세 인상은 연립정부 구성의 기본 전제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세금횡령 문제로 의원직 박탈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연정 파트너인 민주당이 이를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정치권은 분석했다.
이탈리아 정국이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총선 이후 2개월 동안 무정부 상태가 지속될 당시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불안감이 고조됐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