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美 연방정부 폐쇄 현실화 ‘초읽기’

입력 2013-09-29 18:19

다음달 1일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가 17년 만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지출 항목을 되살린 상원의 2014회계연도(다음달 1일∼내년 9월 30일) 잠정 예산안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연기하지 않으면 잠정예산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하원 예산안을 다시 상원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한 하원 예산안을 상원이 거부하자 오바마케어 지출을 1년 연기하는 수정법안을 다시 상원에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움직임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상원에서 하원 예산안을 다시 부결시킬 것임을 공언했다. 미국 의회는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하원의 결정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경제에 해악을 끼칠 정부 폐쇄를 볼모로 한 협박 아래서는 공화당과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하원이 오는 30일 자정까지 잠정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고 이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연방 정부 기관이 다음달 1일부터 문을 닫는 상황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시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하원이 오바마케어 관련 지출을 놓고 이처럼 예산안 핑퐁게임을 벌이면서 연방정부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연방정부가 문을 닫은 것은 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 6일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 대통령과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주도한 공화당의 예산안 협상이 결렬되면서 21일이라는 최장 기간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한 여론의 역풍으로 깅리치 의장의 리더십과 영향력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정계은퇴로 이어졌다.

정부폐쇄가 실제로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 및 재산보호를 위한 필수 인력만 유지하게 된다. 폐쇄 기간 근무자는 치안(경찰), 소방, 항공교통 통제, 기타 운송 안전, 국방, 위험물질 관리, 식품 검역, 국경 수비, 전력 유지, 재난 방지 등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서울로 가는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악할 정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의회의 움직임을 비난했다. 그는 연방정부 폐쇄가 발생하면 국방부 소속 민간인의 절반가량인 40만명이 무급휴가를 내야 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군인들에 대한 급여 지급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