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정상 36년 만에 첫 직접 대화

입력 2013-09-29 18:04 수정 2013-09-29 23:1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전화로 이란 핵 문제 해법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이 직접 대화하기는 3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같은 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북한에는 대화 창구를 차단하고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핵 보유 의지와 잦은 말 바꾸기, 미국의 중동 우선주의 등에서 빚어진 차이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2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로하니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우리 두 사람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의견을 일치시키려고 진행 중인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하니는 앞서 트위터로 양국 정상이 핵 문제를 신속하게 풀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번 통화는 로하니가 27일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뉴욕을 떠나기 전 이란 측이 미국에 요청했다. 로하니는 이날 공항으로 가는 관용 리무진 안에서 오후 2시30분부터 15분간 오바마와 통화했다고 이란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양국 정상 간 대화는 1977년 12월 31일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양국 외교는 79년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단절됐다.

오바마와 로하니는 각각 존 케리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에게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신속히 마련토록 지시했다. 양국은 다음달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미국-이란 관계가 급진전되는 것과 달리 미국과 북한 사이를 가로막은 벽은 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신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비판하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유엔본부와 워싱턴 주재 기자를 대상으로 뉴욕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서방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기 바라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둘 다 가질 순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 지원을 받으려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라는 뜻이다.

미국이 이란과 적극 대화에 나선 반면 북한에 딱딱한 자세를 고수하는 이유는 양국의 상황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은 현재 핵 개발 의심 단계로 분류되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고 올 들어서는 핵보유국임을 천명했다. 이란은 NPT 체제 안에서 핵을 무기 개발이 아닌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1인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뒤로 빠져 있다는 점도 무성의하게 비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합의를 수차례 파기하거나 번복한 전력은 대북 불신을 낳았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이해도 다르다. 중동은 미국이 해외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지역이다. 석유 생산지이면서 운송로가 깔린 만큼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중동에서 정치·군사적 입지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통제하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