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이자율 자유화·위안화 역외 사용 전진 기지로
입력 2013-09-29 18:03
중국 경제의 새로운 개방 창구 역할을 하게 될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SFTZ)’가 29일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아시아 금융 허브와 물류 중심지로 육성해 또 다른 홍콩을 만든다는 구상을 뛰어넘어 중국 경제 시스템을 개방형으로 바꾸는 전진 기지가 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SFTZ 설립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데 이어 또 다른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SFTZ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SFTZ 출범에 맞춰 발표한 ‘상하이자유무역구 총체 방안’에서 앞으로 2∼3년 동안 개혁적인 실험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투자와 무역 편의 촉진, 위안화 자유 태환 등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 명칭을 ‘자유무역시험구’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무원은 이를 위해 정부 기능 전환, 투자 영역 개방, 무역발전 방식 변화, 금융 개방 심화, 법률 제도 정비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서비스산업 개방 어떻게 하나=‘총체 방안’은 SFTZ를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시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절차와 수속을 간소화하며 감독 관리의 효율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유무역구 내에 외자계은행과 중외합자은행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자율 자유화, 위안화 역외 사용 등도 시범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중국계 은행의 역외금융 업무와 외국계 전문 의료보험회사 설립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항운, 비즈니스 서비스, 문화 서비스 등 18개 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중국 연해에서 국제 수출입 환적 업무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어서 부산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는 산둥성 칭다오(靑島)나 랴오닝성 다롄(大連)으로부터 온 화물이 상하이에서 환적이 불가능해 많은 외국 운송회사들이 부산을 통해 환적했으나 앞으로는 상하이항의 환적 컨테이너 물량이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은행, 보험,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 개방 확대는 우리에게도 유리한 것으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분석했다. 공연 기획과 의료서비스를 개방한 것은 한류나 성형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주목거리였던 SFTZ에 설립되는 기업에 대한 세수우대 혜택은 중국 정부가 따로 밝히지 않았다.
SFTZ 관리위원회는 이곳에서도 인터넷은 법에 따라 관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SFTZ에서는 인터넷 접속 제한이 없어질 것이라는 홍콩 언론 보도를 부인한 것으로 중국 정부 내에서 이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상하이시는 2011년 11월 자유무역구 설립 구상을 발표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3월 상하이를 직접 방문, 자유무역구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어떻게 구성돼 있나=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와이가오차오 보세물류단지, 양산(洋山) 보세항구, 푸둥(浦東)공항 종합보세구 4곳으로 이뤄졌다. 전체 면적은 28.78㎢.
면적 10㎢인 와이가오차오 보세구는 상하이시 에서 20㎞ 떨어져 있다. 3000여개 기업이 192개 국가와 지역을 상대로 무역을 하고 있고 10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및 창고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 전국 15개 보세구 가운데 경제 총량으로 최대 규모다.
와아가오차오 보세물류단지는 국제 환적, 구매, 배송, 중개무역 등 기능을 한다. 2004년 4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와아가오차오 보세구와 접해 있으며 와이가오차오항 부두에 위치해 수출입 화물을 직접 싣고 내릴 수 있다.
양산 보세항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허브 항구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2005년 말 중국 첫 보세항구로 개항했다. 총면적은 14.16㎢(완공 8.14㎢)로 2020년까지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이 되기 위해 규모를 50개 선석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푸둥공항 종합보세구는 공항 제3활주로 서쪽에 있으며 북쪽에는 와이가오차오 보세구가 있고 남쪽으로는 양산보세항구가 있다. 면적은 3.59㎢.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