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물 10곳 중 4곳 소방시설 불량… 화재 무방비

입력 2013-09-30 04:58

화재 발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하는 소방시설이 건물 10곳 중 4곳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건물 3만1954곳 중 1만2787곳(40.0%)의 소방시설이 불량으로 지적돼 시정·보완 조치를 받은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지난해 발생한 화재 1만2180건 중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례는 2377건(19.5%)이나 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자동 화재 탐지설비의 오작동이 가장 흔하고 스프링클러가 동파돼 화재 발생 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대형 건설사가 건물 내 소방시설 공사를 낙찰 받은 뒤 시공업체에 헐값으로 하도급을 넘기는 관행이 소방시설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도급 업체가 낮은 공사비에 맞추기 위해 품질이 좋지 않은 저가 자재를 사용하다 보니 ‘불량’ 소방시설이 양산된다는 것이다.



한국소방시설협회 시공능력 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이 건설사에 발주한 소방시설 공사의 발주 총액은 322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하도급 시공사가 받은 돈은 절반도 안 되는 159억원(49.2%)에 그쳤다. 2010년엔 발주금액 대비 하도급액이 54.3%(발주금액 291억원, 하도급액 158억원)였고, 2011년엔 52.5%(발주금액 498억원, 하도급액 261억원)로 매년 하도급 업체가 가져가는 비율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방시설 공사는 건설·전기공사에 포함돼 일괄 발주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시공하는 소방공사 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는 ‘소방시설공사,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문화재수리공사는 건설공사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지만 4개 업종 중 소방시설 공사만 분리 발주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독일, 일본 등은 소방시설 공사의 분리 발주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과 서병수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