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최태원 형제 횡령 관여 안해, 465억은 나와 김준홍과 개인적 거래”

입력 2013-09-29 17:59 수정 2013-09-29 23:17

최태원·최재원 SK 회장 형제는 1, 2심이 진행된 지난 18개월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형제의 분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최재원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형을 최대한 보호하려 했다. 최 부회장은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하면서도 ‘형은 모르는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형인 최태원 회장 역시 ‘나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해 1월 최 부회장을 구속기소하고,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형제를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른 조치였다.



1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정장을, 최 부회장은 푸른 수의를 입었다. 구속과 불구속이 엇갈렸지만 공판 내내 말을 맞추며 ‘형제애’를 보였다. 최 회장은 첫 공판에서 “내가 모자라 벌어진 일”이라면서도 “오해를 받아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생의 고백을 듣고 당황스러웠고, 미운감정도 들었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충고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열린 결심 공판에서도 “동생을 선처해 달라”고 간청했다.



1심 선고는 형제의 예상을 빗나갔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유죄를, 최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제의 신분은 정반대가 됐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푸른 수의를, 최 부회장은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최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횡령 혐의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앞두고 공소장을 변경하자 ‘내 역할이 주도적으로 변경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범행을 자백했던 1심과는 달랐다. 형제가 ‘각자도생’을 선택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두 형제는 마지막으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사건의 실체로 지목했다. 최 회장은 “펀드 선지급만 지시했을 뿐, 나머지는 김 전 고문이 다 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김 전 고문을 최대한 부각시켜 두 형제 모두 위기를 피해가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검찰 기소와 1심 선고에서 엇갈린 길을 걸었던 최 회장 형제는 결국 2심 선고에서 똑같이 실형을 받고 구치소에 들어가게 됐다.



‘문제적 인물’ 김씨는 29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김씨는 이날 “최 회장 형제는 횡령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고 간 465억원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와 나와의 개인적인 금전 거래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은 “최 회장이 고작 465억원이 없어서 걸릴 위험이 큰 펀드에서 돈을 뺐겠느냐”며 최 회장의 항소심 진술과 동일한 취지로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