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또 수장공백 사태… ‘채동욱 후유증’ 당분간 지속
입력 2013-09-29 17:58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조직은 5개월 만에 또다시 수장 공백 상태에 빠졌다. 최초 혼외아들 의혹보도 이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공개적 진상조사 지시와 채 총장의 반발, 박 대통령의 사퇴수리 거부까지 3주간 사상 초유의 난맥상을 겪은 검찰로서는 새 총장이 선임되기까지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29일 기자단에 “30일 오전 11시 대검 4층 별관에서 채 총장 퇴임식을 열기로 했다”고 짧게 알렸다. 법무부 진상조사 결과나 청와대의 사표수리에 대한 입장 발표는 없었다.
검찰 내부에선 “의혹 규명 없이 채 총장에게 모욕만 준 진상조사 결과 발표”라는 불만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채 총장 사태에 대해 “입맛에 맞지 않는 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정해진 수순”이라고 촌평했다.
채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시행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로 수장에 오른 첫 사례였다. 그러나 채 총장 낙마사태가 언론과 법무부, 청와대 등의 압력에 떠밀린 모양새여서 ‘검찰의 위신과 독립성이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의 의중을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든 물러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 아니냐”고 말했다.
채 총장 퇴임 이후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길태기 대검 차장 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신임 총장 임명까지 수장 장기 공백이 불가피한 데다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 시급해 검찰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검찰개혁 등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며 “국민이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일단 사태가 일단락돼서 다행이지만 검찰을 향한 외풍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채 총장 논란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다시 복귀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이었던 만큼 사표가 더 늦지 않게 정리돼 다행”이라며 “일단은 한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황 장관의 조직 장악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검찰 안팎에선 황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많다. 야당도 황 장관에 대해 퇴진을 주문하며 압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와 불법정보 제공 의혹이 있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고발된 사건을 형사3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혼외아들 의혹 ‘배후설’에 대한 수사다. 그러나 청와대가 걸려 있는 민감한 사안을 수장의 재가 없이 진행하기는 어려워 수사가 진척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을 둘러싼 모든 혼란은 결국 채 총장이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