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시장을 잡아라… 가을 ‘커피 大戰’

입력 2013-09-29 17:47


“커피전문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커피음료 업체에겐 위협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창환 동서식품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2013년 한국 커피시장 오버뷰 및 5차 리스테이지 발표회’에서 최근 커피 시장을 이 같이 봤다.

위기감을 느꼈다는 이 대표는 “시대와 시장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는 국내 음료시장의 절반 이상인 53.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은 ‘한 집 걸러 커피점’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1인당 연 커피 소비량이 2.1㎏으로 전 세계 1위 소비국가인 룩셈부르크(28.4㎏)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커피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커피전문점의 공세에 국내 커피 업체와 차 업체들은 고급화와 다양성으로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인스턴트 원두커피다. 2011년 동서식품과 남양유업은 각각 카누와 루카 등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속속 내놨다. 2년이 지난 현재 시장 점유율은 1.8%다. 커피업체 관계자들은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매년 9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녹용 성분을 첨가한 강글리오를 내놨다.

커피믹스도 고급화를 강조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5차 리스테이지 발표회에서 강조한 것도 고급화였다. 원두는 고급 원두 비중을 80%로 늘렸고 공정 과정도 전문화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소비하는 장소를 보면 여전히 사무실과 가정, 커피를 후식으로 제공하는 음식점이 65%를 차지하고 커피 전문점은 7%에 불과하다”면서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커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시장 호황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차 업계다. 그 중에서도 녹차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녹차는 1990년대 들어 비만이나 암 예방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녹차 재배 지역인 보성군의 경우 한때 생산량이 1500t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현재 녹차 생산량은 1200t을 밑돌고 있다.

지난 6월 전남도농업기술원 발표에 따르면 도내 54개 작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농산물 소득을 조사한 결과 녹차는 농가간 단위 면적(10a)당 소득액이 19만4564원으로 2011년(87만7028원)에 비해 77.8%나 감소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에서 2004년 1667억원어치 팔렸던 것이 지난해 663억원어치로 주저 앉았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차 업계도 품종 개량,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새로운 품종인 ‘참녹’ 보급에 나섰고 녹차의 다양화로 판매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음료 업체들도 건강 기능을 강조한 메밀차·마테차·우롱차 등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