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업무복귀 거부] “기초연금안 반대하는데 어떻게 국민 설득하겠나”
						입력 2013-09-29 17:43   수정 2013-09-30 00:50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표를 던진 지 이틀 만에 입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통해 연거푸 사퇴를 만류한 이후에도 침묵을 지키던 그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휴대전화도 꺼버린 채 잠적했던 진 장관이 말문을 연 것은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의 결혼식장에서였다.
진 장관은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에 반대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 총리가 청와대와 협의를 거친 뒤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한 데 이어 28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지만 거절한 것이다.
그는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반대해 왔던 기초연금안에 대해 제가 장관으로서 어떻게 국민을, 국회와 야당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지만 이제는 물러날 수 있게 (사의를) 허락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진 장관은 “박 대통령과 저는 생각이 다른 적도 있었지만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감과 사명감에는 한 순간도 변함이 없었다”면서 “다시 국회로 돌아가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서울시장은 생각도 안 해봤고, 국회에 가서 대선공약실천위원회라도 만들어 국회 차원에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관의 업무 복귀 거부로 복지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회를 상대로 기초연금 정부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복지부는 진 장관의 사표 제출로 혼란에 빠졌다. 주무 장관도 자리를 걸고 거부한 기초연금 후퇴안을 누가 대신 나서서 설득할 것이냐를 놓고 낭패감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 일부 직원들은 휴일인 이날에도 출근해 30일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국회 현안질의 등에 대비한 자료를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두 번이나 청와대에서 사의를 반려한 터라 혹시나 (진 장관이) 생각을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오늘 장관의 입장을 들어보니 마음을 완전히 굳힌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복지부는 일단 이영찬 차관을 중심으로 국회 답변과 국정감사 등 대비를 점검하기로 했다.
진 장관의 사퇴 입장 번복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와 시기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특별히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민태원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