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의 덫] ‘나라곳간 지키기’ 재정준칙 도입
입력 2013-09-29 17:35
정부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원칙’의 법제화를 추진키로 했다.
페이고란 의무지출 입법을 추진할 때 해당 법에 따라 지출이 증가하면 그 증가분만큼 다른 의무지출 사업의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도록 해 재정수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9일 “올해 정기국회에서 재정수반 법률에 대한 페이고 원칙 등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페이고 원칙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경직적인 의무지출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에서다.
의무지출은 법에 따라 무조건 지출 소요가 발생하는 경직성 예산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은 168조8000억원(47.2%)으로 전체 세출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013∼2017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의무지출이 매년 6.9% 늘어 2017년에는 세출 예산의 51.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3∼2017년 기초연금 등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의 빠른 증가로 의무지출 증가율(6.9%)이 재정지출 증가율(3.5%)의 배에 이른다”며 “이대로 가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재정규율을 강화하는 조치가 시급한 만큼 입법예고 등 행정 절차가 필요한 정부발의 대신 의원입법으로 이를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페이고 원칙 관련 입법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제출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그러나 이는 정부부처 발의 법률안에 대해서만 페이고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의원입법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의원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되 이를 따르지 않으려면 재정소요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예산결산심의위원회에서 반드시 재정계획과 법률을 함께 검토해 심사하는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의원입법 활동에 제약을 준다며 야당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