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최고 업체 인수한 한화큐셀, 발빠른 변신 성공가도

입력 2013-09-29 18:13 수정 2013-09-29 18:16


韓 속도·獨 기술력 합치니… 태양광 위기 속 질주

한때 독일 최고의 태양광 기업으로 주목받았던 큐셀은 지난해 한국 기업인 한화에 인수되면서 한화큐셀로 재탄생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변신 중=한화큐셀은 ‘큐홈’이라는 이름의 태양광 발전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주택이나 빌딩의 태양광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사업영역을 일반 소비자로 확대한 것이다. ‘큐홈’의 특징은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듯이 구입만 하면 설치는 물론 에너지 컨설팅까지 다 해준다는 데 있다. 초기 설치비용, 전기요금 절감효과 등을 분석해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는지 설명하고, 20∼25년짜리 저리 할부상품을 만들어 초기 구매 비용도 낮췄다. 4인 가족이 주로 쓰는 4500W 패키지는 1만 유로(약 1500만원)에 판매 중이다.

한화큐셀은 ‘큐홈’이 장기적으로 빌트인 가전제품 개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헨 엔들 한화큐셀 홍보담당 이사는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점점 에너지를 직접 생산·소비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발전차액지원(FIT)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최근 일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매출의 33%를 일본에서 올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늘리면서 사업 기회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큐셀은 현재 정부 보조금 사업 위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몇 년 내로 일본에서도 ‘큐홈’과 같은 태양광 패키지 상품으로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독 장점 살려 시너지=한화큐셀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한화그룹의 일본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엔들 이사는 “큐셀은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유통망은 없었다”면서 “때문에 일본 정부가 태양광 사업을 확대해도 대응하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한화와 큐셀은 지난해 10월 물리적으로 결합했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이질적인 기업문화가 하나로 융화돼 시너지를 내는 데는 6개월 이상 걸렸다. 융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큐셀에 남아 있던 독일 직원들은 처음에는 한화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중국 업체가 독일 업체를 인수한 후 기술만 빼가는 사례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독일 최고의 태양광 업체가 한국 기업에 인수됐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 면도 있었다. 반면 인수 후 합류한 한화 직원들은 꼼꼼하고 속도가 느린 독일 직원들의 작업 방식이 답답했다.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칼퇴근’을 하고 한 달씩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한화큐셀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매달 경영진이 직원들과 만나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21일에는 한화큐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 가족들을 회사에 초대하는 ‘오픈데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박진홍 한화큐셀 매니저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며 서로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한화큐셀은 한국의 빠른 속도와 대응력, 독일의 앞선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추세라면 한화큐셀은 2014년에 흑자 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르면 올해 안에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활기를 띠고 있었다.

국가 위상 제고 기여=독일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노동허가 신청 최혜국대우 대상 국가에 한국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소속 국가 외에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6개국에만 이 혜택을 부여했다. 주독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작센주의 협력과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한화큐셀은 독일 작센주 탈하임시에 있는 ‘솔라밸리’ 내에 있다. 작센주 정부는 태양광 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 기업을 유치했다. 스타니스로 틸리치 작센주 총리는 한화가 큐셀 인수를 위해 실사작업을 벌이던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기도 했다. 솔리브로, 소벨로 등 솔라밸리 내에 입주한 다른 태양광 업체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한화큐셀은 올해만 90여명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한화큐셀의 성공적인 인수가 독일 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탈하임=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 자문해주신 분들

▲우베 슈뢰더-젤바흐 독일 연방경제부 재생에너지과 차장 ▲니코 하이네만 독일연방경제부 재생에너지과 과장 ▲요헨 엔들 한화큐셀 홍보담당 이사 ▲얀 크낙 독일 태양광협회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라이너 하인리히-랄베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 대변인 ▲정종영 주독일한국대사관 상무관 ▲박재영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정책기획팀장 ▲박진홍 한화큐셀 매니저 ▲허유진 코트라 함부르크 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