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NGO 대표에게 듣는다] ① 월드비전 양호승 대표

입력 2013-09-29 17:06


“北 관련 사업 일희일비 않고 꾸준히 추진”

월드비전의 양호승(67) 대표는 미국 전문기술기업과 CJ제일제당에서 경영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할 때도 전문경영인이 NGO에 온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2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본부에서 만난 양 대표는 경영인보다는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었다.

-월드비전 회장에 취임하신 지 2년 가까이 돼 갑니다. 대기업이나 외국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무엇이 가장 달랐습니까.

“감동이 있지요. 후원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나, 현장에 가서 도움을 줄 때나 가슴이 찡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을 통해 해외 아동을 돕는 결연자가 5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 44개국 129개 지역사업장을 한국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경영자로서 제가 할 일은 이런 사역이 더 잘될 수 있도록 효율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을 강조하는 기업과 비교하면 나눔과 따뜻함에 더 가치를 두는 NGO는 조직문화가 많이 달랐을 텐데요.

“제가 숫자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해요. 하지만 저희는 후원자들이 맡겨주신 일을 잘 감당하고 보내주신 후원금을 잘 관리해야 하는 청지기이잖아요. 청지기로서 맡은 것이 많든 적든 충성되게 일해서 많이 남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남긴다는 것은 더 많은 어린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요.”

양 대표는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월드비전의 사업을 파악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바쁘게 뛰다가 가벼운 뇌출혈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것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암벽등반과 사진촬영이 취미였지만 지금은 월드비전을 자랑하는 것이 취미가 된 것처럼 보였다. 특히 후원자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후원으로 저희가 청소년에게 꿈을 주는 ‘드림스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제가 ‘여기 참여하는 두산 직원들이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실제로 자원봉사하는 두산 직원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납니다. 이철헤어커커에서도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홍보대사들도 저희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마다 않고 달려오세요. 그런 분들을 보면 제가 더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후원자들은 계좌에서 후원금이 빠져나가기만 할 뿐 실제 보람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 점이 큰 과제입니다. 저희 후원자 숫자가 웬만한 소도시보다 큰 50만명이나 되다 보니 그분들과 인격적인 유대감을 갖는 게 쉽지 않습니다.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 받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원하는 사람들도 삶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중장기 목표입니다. 일반인 홍보대사인 비전메이커나 자원봉사 프로그램처럼 후원자들도 함께 참여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청지기인 우리가 느끼는 감동을 후원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월드비전에 오시기 전까지 북한의 어린이와 주민을위한 일을 하려고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북한 사업에 특별한 관심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농과대를 나왔습니다. 사람이 먹고 살려면 농업이 필요하잖아요. 북한의 농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구체적으로 준비했었습니다. 월드비전 대표를 맡기로 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도 북한이었습니다. 북한 5곳에서 씨감자 보급사업을 하고 있고, 구호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북한 농업 일꾼들과 일하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쓰시려고 하셨구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개성공단도 열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북한 사업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용히 또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일회적인 지원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해요. 저희가 북한에 식수개발 사업을 하는데 미국의 최고 수질 전문가가 직접 왔습니다. 씨감자 보급에도 농업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무보수로 참여했습니다. 그런 전문성도 중요합니다.”

양 대표는 서울 온누리교회 장로다.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부부가 합숙훈련을 받을 정도로 기독교적인 사명감이 투철하다.

-월드비전에 대해 비기독교인 중에는 “우리 돈으로 교회 선교하는 것 아니냐”, 기독교인 중에는 “교회 돈을 퍼주는 것 아니냐” 불평하는 이들이 일부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교회에 나와야 빵 준다’는 식으로 개종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종교와 민족, 성별을 초월해 사업을 펼칩니다. 다만 하나님이 세상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본받아 실천하려고 애쓰지요. 모든 후원금은 후원할 때 정해주신 그 목적으로만 쓰입니다. 저희 후원자 중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의 비율은 반반입니다. 불교 승려도 있습니다.”

-수많은 NGO가 있습니다. 왜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해야 합니까.

“월드비전은 6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과 국제적인 네트워크, 투명성,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헌신적인 직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직한 청지기가 되겠습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