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천국까지 함께 가는 행복한 교회
입력 2013-09-29 17:11
요한복음 13장 1절
‘마음 놓고 늙을 수 있는 동네!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동네!’
노인복지시설을 돌아보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지역마다 붙어 있던 현수막 문구입니다. 이 현수막이 ‘마음 놓고 늙을 수 있는 교회! 행복하게 천국갈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해 보았습니다.
5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 교회를 섬겼던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가 있었습니다. 두 분은 공예배는 물론이고 성도들이 아프거나 일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기도하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교회 경조사도 빠지지 않고 찾아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주셨고, 밤이면 불 꺼진 예배당에서 무릎을 꿇고 성도들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십일조와 주일헌금 등 헌금생활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교회와 함께 한평생을 보낸 분들이십니다.
그런데 권사님께서 뇌경색으로 한쪽 몸에 마비가 왔습니다. 돌봐 줄 사람이 없어서 남편인 장로님께서 권사님의 수발을 드셨습니다. 그러던 중 장로님마저 넘어져 대퇴부 뼈가 부스러지는 변을 당했습니다. 두 분이 함께 누워 있지만 어느 누구도 돌봐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녀들도 분가해 형편이 여의치 않았고, 교회 또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자녀들과 교회를 위해 살아온 장로님과 권사님의 노후는 너무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신세가 됐습니다. 가족들은 의논 끝에 권사님을 보호시설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연락이 왔습니다. 권사님의 임종이 임박했으니 가족들이 와야 한다는 통보였습니다. 가족들은 임종예배를 드리기 위해 목사님과 함께 시설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권사님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국민들 5명 중 1명은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만큼 복음은 확산되었습니다. 전국 어디를 다니더라도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성장은 위에서 말한 장로님과 권사님 같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신적인 섬김과 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봉사한 성도들의 삶에 대한 교회의 배려는 매우 부족한 현실입니다. 특히 성도들의 노후에 대한 대책은 전무합니다. 교회 성도들이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섬기다 늙고 병들면 그들을 끝까지 책임 있게 돌봐야 할 책임도 일정부분 교회에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요한은 예수님의 사역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월절이 이르매 예수께서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 13:1) 하나님께서 교회에 위탁하신 성도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돌보는 역할은 당연한 교회의 몫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 직후 제자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전 1:8) 한국교회와 사회의 부흥과 성장 이면에는 노인들의 땀과 수고가 녹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흥의 주역들을 섬기고 돌보는 것에서부터 선교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급속도로 고령사회로 향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이자 시대적 사명입니다.
강채은 목사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