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 혼외아들 의혹] 법무부 “충분한 진술 정황 확보”… 직접 증거는 제시못해

입력 2013-09-27 22:53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관련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발표는 조사 착수 때처럼 사전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결과요지는 ‘의혹을 사실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과 정황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혹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부적절한 정황이 충분하다면서도 정식 감찰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진상조사가 채 총장 사퇴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27일 오후 4시55분 “긴급히 전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기자실에 알려왔다. 조 대변인은 15분 후 서울고검 기자실을 방문해 “진상조사 결과 그동안 채 총장이 밝혀온 내용들과 다른 것”이라며 세 가지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법무부는 “2010년 채 총장이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할 때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부인’을 칭하며 사무실을 방문해 대면을 요청했고, 거절당하자 부속실 직원들에게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꼭 전화하게 해 달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임씨가 경영한 부산의 카페와 서울의 레스토랑 등에 채 총장이 상당 기간 자주 출입한 사실’ ‘임씨가 혼외아들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 6일 새벽 여행용 가방을 꾸려 급히 집을 나가 잠적한 사실’도 조사결과로 제시했다.

조 대변인은 “이 같은 진상조사 결과와 검찰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을 고려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채 총장의 사표 수리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공개한 내용은 채 총장이 “손님 중 한 명이었다”고 해명했거나 언론을 통해 언급됐던 내용이다. ‘임씨가 부인이라고 칭하며 검사실에 찾아왔다’는 내용 역시 간접적인 정황이어서 혼외아들 의혹을 규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도 “혼외아들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법무부는 다만 “공개한 내용 외에도 혼외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할 만한 참고인 진술이 여럿 있었고 진술 외에 다른 자료들도 확보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보고할 만큼 자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채 총장이 진상규명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임씨는 잠적한 상태”라며 “감찰 착수 계획도 없다”고 했다.

법무부 결과발표를 놓고 검찰 고위간부는 “증권가 찌라시도 아니고 (조사결과가) 언론보도보다 못하다”며 “유의미한 내용이 하나도 없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급 검사는 “감찰관실이 14일간 추석 연휴도 쉬지 않고 채 총장 주변 인물을 샅샅이 탐문 조사한 자료치고는 허술하다”고 했다. 황 장관이 “검찰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지시한 진상조사가 설득력 있는 객관적 물증 없이 끝나면서 혼외아들 논란은 채 총장이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