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화되는 20代] 젊은 보수의 미래와 역할

입력 2013-09-28 03:59


가려져 있던 ‘젊은 보수층’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두고 젊은 보수들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젊은 보수 열풍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진보 측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젊은 보수가 극단적인 형태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윤주진(28) 전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지속가능한 젊은 보수의 조건으로 ‘제도권 정치로의 편입’과 ‘생활형 보수’를 꼽았다. 종북세력이나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수준에 머무는 젊은 보수는 반대하는 객체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생활 밀착형 운동을 벌여야 젊은 보수가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사회 대학생연합’에서 활동 중인 홍기웅(24)씨는 “진부하고 고루한 느낌의 보수를 생동감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게 젊은 보수의 임무”라고 했다. 홍씨는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와 같은 보수의 기본 가치는 지키되 활동 방식은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를 들고 선언문을 읽는 기존의 집회·기자회견을 벗어나 청년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이나 기발한 퍼포먼스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파 성향의 대학생 시사교양지 ‘바이트’의 인턴기자인 김가영(21·여)씨는 “젊은 보수가 흑백논리를 버려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 측에도 안보 관련 이슈나 북한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대립보다는 견제 구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젊은 보수가 진보 측과도 국가와 사회를 위한 가치를 공유하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진보는 젊은 보수가 순수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진보단체 ‘청년 이그나이트’의 정당당(28) 대표는 “젊은 보수가 늘어난 건 진보 진영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진보 진영의 노력을 촉구했다. 동시에 정 대표는 “보수의 가치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일베’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경우 그 의미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며 “젊은 보수층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

정성문(26) ‘청춘의 지성’ 대표는 “학생들이 한 대학 내 설치된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현수막을 찢는 일이 있었다”며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귀를 닫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일본과 독일의 젊은 넷우익은 반대 진영의 의견을 묵살하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젊은 보수는 넷우익이 아니라 포용력을 갖춘 건전한 사회세력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학생연합’의 이아혜(25·여) 활동가도 “정치 세력이나 기존 보수의 논리를 답습한다면 젊은 보수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이념을 떠나 대부분 젊은층이 원하는 건 기성 정치에 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