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의 정치학] 당 로고에 숨어있는 정치철학

입력 2013-09-28 04:00


새누리당, 국민 이야기 담는 그릇이자 미소 상징

민주당, 민주·민생·평화 3대 가치를 담아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이 첫인상과 같다면 로고는 그 정당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나 지향점 등 좀 더 복합적인 함의를 담고 있다. 형태나 서체, 심벌 등 구성요소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결정되기에 ‘PI(Party Identity·정당정체성)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로고의 변경은 대개 당명 변경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2월 새누리당은 14년간 사용했던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교체하면서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다. 민주당도 지난 1일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로고를 교체했다.

새누리당 로고는 태극기를 모티브로 했다. 오목한 그릇 모양의 심벌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국민의 이야기를 하나로 담는 그릇이자 동시에 미소를 상징하는 입술 모양이다. 또 세로로 보면 사람의 귀 모양이 되는데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서체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표방한다. 특히 새누리당 중 ‘당’ 글자는 열쇠 모양을 형상화해 새 세상을 열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리’는 모음을 높이 올려 창의 느낌을 갖도록 고안됐다.

민주당의 새 로고는 청색의 사각형 테두리에 작은 삼각형 심벌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사각형 테두리는 국민 속의 민주당,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당을 의미한다. 삼각형 심벌에는 민주당이 지향하는 3대 가치인 민주, 민생, 평화를 담았다. 또 사람 인(人)으로 읽어 ‘사람이 먼저’인 민주당을 표방하며 미래지향적 상징인 화살표로도 해석한다. 서체의 의미는 ‘단단함 깨끗함 간결함’이다. 굵은 명조체로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동일한 크기와 높이의 글자로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민생정당을 형상화했다.

양당의 로고는 희화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새누리당 로고의 심벌을 두고는 “빨간 목욕탕 의자 같다”거나 ‘밥그릇’, ‘이빨 모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그릇모양 위에 연기를 그려 목욕탕 표시로 만드는 등 각종 패러디 로고가 온라인상에 쏟아지기도 했다. 민주당 로고 역시 발표 당시 민주당의 장외투쟁 국면과 맞물리면서 ‘산(山’) 모양에 빗대 “산으로 가는 민주당”이냐는 뒷말이 돌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