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총리가 만류→사표 제출→사표 반려… ‘복지후퇴’ 파문 키우는 복지장관
입력 2013-09-27 18:32 수정 2013-09-28 00:04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사의 표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가 즉각 사표를 반려했다고 발표했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표 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진 장관은 앞서 지난 25일 정 총리가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사표 제출을 강행했다.
진 장관이 임명권자의 뜻을 거슬러가며 사직을 강행할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박근혜정부의 복지 후퇴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됐다. 야당의 비판이 거센 가운데 실세 장관과 청와대 내부의 이견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기초연금 해법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진 장관은 오전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사임하면서’라는 제목의 사퇴서를 이메일로 출입기자들에게 보내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정 총리는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임무를 다해주기 바란다”며 사표를 반려했다. 그러나 진 장관은 밤늦게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진 장관의 사의 배경에는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한 진 장관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사이의 알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마련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소득에 따라 3단계로 지급액을 나누는 소득기준 차등화 방안’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이 폐기하고 ‘국민연금 연계안’을 최종안으로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안 확정 직전까지도 복지부는 “기초연금 수혜자 축소는 어쩔 수 없지만 국민연금 연계안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국민연금 연계안에 따라 임의가입자(주부 등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없는 자발적 가입자)들의 탈퇴가 줄을 이을 경우 국민연금 전체 규모가 크게 축소돼 진짜 노후복지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에선 진 장관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세수 부족으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조차 어려웠던 정부 전체의 사정을 뒤로 한 채 불만성 사표를 던진 것은 복지수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는 진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진 장관이 무력감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두둔했다.
이영미 유성열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