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화학무기시설 9개월 전 폐기”

입력 2013-09-27 18:27 수정 2013-09-27 23:10

시리아가 화학무기로 만들 수 있는 독성물질과 무기고 공장 등을 최소 9개월 전 폐기한 사실을 미국, 러시아가 최근 확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시리아가 지난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제출한 화학무기 리스트 외에 더 많은 양의 화학무기 물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다만 성분을 낮춰 독성 화학무기로 제조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리아가 현재 보유한 화학무기 전량 폐기를 선언한 만큼 이후 절차를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미국, 러시아 등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내용에 최종 합의했다. 결의안 초안은 “화학무기를 허가 없이 이송하거나 시리아 내 누군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등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시 유엔헌장 7장에 따른 조치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평화파괴 행위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규정한 유엔헌장 7장을 담았으나 자동적 군사개입을 위한 문구는 두지 않았다. 따라서 군사개입 결정 시 유엔 안보리의 추가 결의안 채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러시아가 시리아 군사개입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만큼 앞으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으면 미국 등 서방국이 시리아를 공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프랑스)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국은 비공개회의를 열어 상임이사국이 합의한 결의안 초안을 검토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결의안 표결이 27일 오후 8시(한국시간 28일 오전 9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시리아 사태는 외교적인 해법을 통해 일단락됐다. 때문에 시리아 사태에 있어 군사개입을 주도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보다 시리아로부터 화학무기 폐기를 이끌어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오바마와 푸틴 중 누가 더 시리아 사태에 잘 대처했느냐고 설문조사한 결과 49%가 푸틴이 잘했다고 답했다. 오바마는 25%에 그쳤다.

백민정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