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암행어사 “감찰기관 7곳 중 6곳 부패”

입력 2013-09-27 18:27


중국 장시(江西)성 정부에서 간부들이 부하 직원에게 돈봉투를 상납하도록 강요하다 중앙순시조에 적발됐다. 이곳에서는 간부는 물론 그 가족까지 관급 공사와 관련해 이권을 챙기는가 하면 명절 때 뇌물성 선물을 받기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됐던 중앙순시조의 감찰 활동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각 성(省)과 중앙 주요기관의 비리 행태가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중앙순시조의 이번 감찰 활동은 지난 5월부터 장시성, 후베이(湖北)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구이저우(貴州)성, 충칭(重慶)시,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인민대학, 중국출판집단 등 10개 성과 중앙 주요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중앙순시조는 당 중앙기율검사위가 각 성과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특별 감찰을 실시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하는 조직이다.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감찰 보고서를 공개한 7곳 가운데 6곳이 각종 부패로 얼룩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곳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부패혐의 가운데 일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앙기율검사위와 중앙조직부가 직접 후속 조치에 나섰다.

중앙제5순시조가 파견된 충칭시에서는 제1인자(서기)의 경우 제대로 감독이 안 되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중국 내 거의 모든 조직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모순으로 보고 있다. 충칭에서는 특히 국유기업의 부패가 고질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제2순시조가 파견된 후베이성에서는 능력도 없는 사람을 갑자기 간부로 발탁하는 등 인사 규정을 어긴 게 문제가 됐다. 간부들은 직책상 권한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했다.

과거의 경우 해당 성 정부 기관지들은 중앙순시조의 감찰에서 적발된 비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부패상을 낱낱이 드러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의지와 함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강력한 태도 표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왕치산은 지난 5월 중앙순시조 활동 개시에 맞춰 “천리안으로 호랑이(큰 부패)와 파리(작은 부패)를 동시에 적발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권력과 돈을 맞바꾸는 행위,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당의 정치기율 위반행위, 인사 비리 등 4가지를 중점 감찰 항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앙순시조의 감찰도 제한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즉 중앙기관과 성급 행정단위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市)와 현(懸)은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급 행정기관인 현 단위의 경우 토착비리가 훨씬 심각한데도 제대로 감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순시제도는 1996년 처음으로 입안돼 2003년부터 시행됐다. 2010년부터는 군대에 대해서도 중앙순시조가 파견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