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여고생 살해 범행 이유는 “경륜 도박빚 때문에…”

입력 2013-09-27 18:20

하남 여고생 살인사건은 경륜에 빠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40대 남성이 돈을 빼앗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하남경찰서는 27일 살인 혐의로 진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진씨는 지난 15일 오후 10시42분쯤 하남시 감일동 한 고가도로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A양(고3)을 흉기로 5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진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초등학생·유치원생 자녀를 둔 가장이다. 그러나 7∼8년 전 경륜에 빠져 주말마다 집 근처인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경륜장을 들락거리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한 번만 터지면 된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허황된 꿈을 좇다 돈을 탕진해 2000여만원의 빚을 졌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3500만원짜리 전셋집 보증금을 빼 일부 갚기도 했지만 진씨는 그 후에도 경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결국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집으로 옮겨야 했고 생계는 더 어려워졌다.

맞벌이하는 아내 수입까지 합치면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이 넘었지만 빚이 좀처럼 줄지 않자 그는 끔찍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진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쯤 서울 마천동 집에서 접이식 과도를 가지고 나와 자전거를 타고 4∼5㎞ 떨어진 사건 현장까지 이동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던 A양을 발견한 그는 과도를 꺼내 위협했고 A양이 소리를 지르고 저항하자 목과 등, 옆구리 등을 찔러 살해했다. 그는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어떻게 해볼까 하는 성적 호기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밤 체포된 진씨는 뒤늦게 범행을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하남=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