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점수 따기 수단된 ‘선플 달기’… ‘댓글 점수’ 2012년 비해 61배 껑충

입력 2013-09-28 05:18


학생들이 땀 흘리는 봉사활동 대신 인터넷 댓글 활동으로 봉사점수를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2∼2013년 학생 선플(착한 댓글) 관련 봉사시간 부여 현황’에 따르면 올해 3∼7월 기간 9만8055시간이 댓글 활동에 따른 봉사점수로 인정됐다. 이는 지난해 3∼12월 1599시간보다 무려 61배나 많은 수치다.

학교급별로 고등학교가 5만2684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 입시로 학습부담이 많아 봉사활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5만4834시간으로 전체의 55.9%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인천의 경우 지난해 71시간에서 올해 1만2946시간으로 무려 182배나 증가했다. 서울도 지난해 417시간에서 올해 3801시간, 경기도는 242시간에서 1777시간으로 각각 9.1배와 7.3배 늘었다.

이처럼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교육부가 올해 초 ‘선플달기 운동본부’와 손잡고 선플 활동에 봉사시간을 부여하도록 적극 권장했기 때문이다. 울산·대구 등 교육청별로 진행되던 정책이 교육부의 개입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들은 1년에 20시간씩(서울 고교생 기준) 봉사활동을 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받는다. 선플 활동 1시간을 인정받으려면 댓글 20개를 달면 된다. 일주일에 1시간까지 인정되며, 1년에 최대 12시간 허용된다. 선플을 봉사활동으로 활용한다면 통상적인 봉사활동은 8시간만 채우면 된다.

유 의원은 “마음이 없는 선플을 달고 손쉽게 봉사점수를 얻으려는 학생이 늘어난다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바른 사이버문화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봉사점수를 연계하도록 했지만 봉사활동으로 댓글 활동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어 시·도교육청과 함께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선플 본부 관계자는 “어른들 시각으로는 표현이 다소 상투적이고 서툰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기사 20개를 읽고 20개의 댓글을 작성하는 데 통상 3시간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선플 본부와 일선 교사들이 체크하므로 무성의한 글은 점수로 연결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땀을 흘리는 봉사도 좋지만 어른과 달리 학생들의 경우는 ‘봉사학습’이라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