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두바퀴’의 계절… 에티켓은 실종
입력 2013-09-27 18:13
날씨가 선선해지고 자전거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주차 에티켓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자전거 보관대에 빈자리가 있어도 마을버스 정류장이나 보도 등에 자전거를 세워두는 얌체족들 때문에 보행자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호선 연신내·불광역, 6호선 망원·합정역 등 서울시내 5개 지하철역 주변을 돌아본 결과, 역 주변 10∼20m 이내 세워진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망원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 자전거가 3대, 버스정류장 반경 3m 이내에는 11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황모(43)씨는 “자신의 편리함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린아이들이 자전거에 부딪혀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과 연신내역에서는 지하철 출입구 앞에 자전거가 4∼5대씩 주차돼 있어 보행자들은 자전거를 피해 출입구를 이용하고 있었다. 두 역 모두 입구에서 불과 10m 뒤에 자전거 보관대가 있었지만 텅텅 비어 있었다.
3호선 불광역의 경우 주변 영화관 앞 인도에 자전거 50여대가 점거하고 있었다. 대부분 영화 관람객들이 끌고 온 자전거들이었다. 영화관 앞 인도에 자전거를 세워둔 박모(34)씨는 “영화를 보려고 자전거를 타고 왔다”며 “보도에 자전거를 세워 놓는다고 보행자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영화관은 보행자 안전사고를 우려해 ‘건물 후문 자전거 보관대를 이용하시오’라는 안내문까지 써 붙여 놨다. 하지만 후문 쪽 자전거 보관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이날 오후 영화가 끝난 뒤 극장 앞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관객들과 자전거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시는 가을철 자전거 이용 증가에 대비해 9월 초부터 시내 190곳에 1853대를 세울 수 있는 자전거 보관대를 확대 설치하고 있다. 또 보관대 유지관리를 위해 자전거 보관대 관리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관대에 방치된 자전거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자전거 처분을 안내한 후 2주 동안 보관하다 매각하거나 재활용된다.
글·사진=박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