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김일성 부자 책 읽고 찬양 영화보고…

입력 2013-09-28 05:14

수원지검 공안부는 지난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기소하면서 그가 소지했던 북한 원전(原典) 90건, 북한 영화 15건, 북한 소설 30건 등 190건의 이적표현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오피스텔 벽장과 붙박이 서랍, 등산가방 속주머니 등에서 나온 것들로 문건 형태이거나 소형 CD 안에 내용이 저장돼 있었다.



검찰이 압수한 북한 원전 ‘경애하는 김일성 주석님의 주요 노작집’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주요 노작집’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과거 발언 내용이 100여건씩 수록돼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하며 조국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외세는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미 제국주의이며…’(김정일) 등이다.



‘세기와 더불어 1∼8권’ ‘김일성 주석과 민족대단결(백두산 3대 장군 시리즈 중 제3권)’ ‘김일성 주의’ ‘주사에 대하여’ ‘세계를 매혹시킨 김정일 정치’ 등도 발견됐다. 주로 김일성 부자와 주체사상, 수령론 등을 일방적으로 찬양·미화하는 내용이라고 공안 당국은 전했다. ‘절세의 위인의 민족관 연구-김정일 민족관’에는 ‘김정일 장군께서는…우리 민족이 다름 아닌 김일성 민족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하시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의원은 1940년대 김일성 주석 중심의 만주 항일유격전을 미화한 ‘우등불’, 1937년 김 주석이 이끈 ‘보천보 전투’를 배경으로 한 ‘압록강’ 및 ‘평양은 선언한다’ 등 북한 소설도 갖고 있었다.



붙박이 서랍에서 나온 영화 ‘민족과 운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 나라 제일로 좋아’란 노래를 영화로 만들라고 지시해 제작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화 주인공 선정 및 음악 배합까지 직접 챙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에 남는 사람’이란 2부작 영화는 ‘노동당의 결정은 생명을 걸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제로 만들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이 총책인 지하조직 ‘RO’ 조직원들은 ‘세포모임’을 통해 이런 북한 원전과 영화를 교제로 지속적인 사상 학습을 했다. 검찰이 압수한 이 의원 수첩에는 ‘(세포모임은) 생사운명을 같이하는 운명체, 한번 결사 영원히, O(조직)의 기본 단위, 생명체 요소’라는 메모가 있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이 의원과 RO는 북한 혁명가요를 부르고, 북한 용어를 쓰고, 북한 원전이나 영화로 학습하고 결속을 다졌다”며 “사고 기반 자체가 남이 아니라 북에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