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조 재편… 삼성 ‘3세 승계’ 속도내나
입력 2013-09-27 18:18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통해 3세 승계구도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DS는 네트워크 서비스 및 솔루션 기업인 삼성SNS와 합병한다고 27일 밝혔다. 삼성SNS 보통주 1주에 대해 삼성SDS 보통주 0.4624967주를 교부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합병 이유로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확대를 들었다. 삼성SDS 측은 “각 회사가 보유한 전문역량을 활용해 정보통신 및 IT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략사업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사업영역 조정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선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와 더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란 점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SDS가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합병 주요사항 보고서를 보면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8.81%에서 합병 후 11.26%로 2.45% 포인트 늘어난다. 이 부회장은 삼성SNS의 최대주주(지분율 45.69%)로 합병 비율에 따라 보통주 1주당 삼성SDS 보통주 0.462주를 교부받기 때문이다. 회사의 덩치가 커져 지분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병이 삼성SDS 기업공개(IPO)의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팔면 어마어마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나 삼성에버랜드 등의 지분을 매입해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계열분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기업분할을 통해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에게 각각 특화된 부분을 물려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제일모직 지분이 거의 없는 이 부사장은 기업분할 뒤 패션사업을 하는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된다.
두 건의 인수·합병 결정과 함께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까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없었는데 하반기 들어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1.82%까지 늘렸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의 사업 양수도 및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늘고 있다는 것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란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