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인권 침해 아니다… “버려진 아기들 보호 조치”
입력 2013-09-27 18:13 수정 2013-09-27 18:14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길거리에 유기하는 대신 안전하게 놓고 가도록 만들어진 ‘베이비박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입양인 출신 정모(41·여)씨는 지난 5월 “관악구가 베이비박스를 그대로 운영토록 해 아동복지법 제15조에 명시된 유기아동의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며 관악구청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또 그는 “베이비박스 설치에 대한 법 규정이 없어 건축법상 불법 시설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27일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베이비박스에 아동이 들어오면 신고를 거쳐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며 정씨의 진정을 기각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맡겨지면 관악구청에 신고를 하고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내진다.
서울 신림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는 지난해 8월 입양아의 출생신고를 의무토록 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버려진 아기가 급증했다. 한달 평균 5명꼴이던 유기아동 수는 올해 들어 한달 평균 21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187명의 아기가 버려졌고, 이 중 절반정도인 80명의 부모가 ‘입양특례법 때문에 출생신고에 부담을 느껴 이곳에 아기를 맡긴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59) 목사는 인권위 결정에 대해 “베이비박스는 아기 유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돼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아기들을 지키기 위한 생명의 박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이비박스 철거를 주장하는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관악구가 인권침해 주체가 아니라는 것일 뿐”이라며 “베이비박스가 아기 유기를 조장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