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장관 진퇴 논란] 복지부는 실세 정치인의 무덤

입력 2013-09-28 05:04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2008~2010년 재임)은 3년 전 국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최근 의사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당시 전 전 장관은 제약업계와 의사·약사 간 리베이트 관행 때문에 건강보험 비용이 치솟는다고 판단해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관련법은 의료계의 집단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했던 국회 발언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이익단체의 검찰 고발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비슷한 협박을 당한 복지부 장관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진수희 전 장관(2010~2011년) 역시 2011년 의사단체들로부터 “국회 발언에 대해 위증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를 들었다. 한의약육성법안이 한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진 전 장관은 또 약사회 반발에 밀려 의약품 슈퍼판매를 보류했다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이익단체에 흔들렸다는 질타를, 소비자단체로부터는 약사들에게 무릎 꿇었다는 뭇매를 맞았다.

앞서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유시민 전 장관(2006~2007년)이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가입자들의 빗발치는 비난에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사표는 반려됐지만 유 전 장관은 한 달 반 뒤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세 명의 정치인 출신 장관들 모두 현재는 의원직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복지부에 입성했던 이들은 장관직을 그만둔 뒤 2012년 총선 이후 낙선, 공천 탈락, 정계은퇴 등을 거쳐 여의도를 떠났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 복지부는 실세 정치인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복지부 업무는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병원, 어린이집 등 이익집단들의 이해가 난마처럼 뒤얽혀 욕먹지 않는 정책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하다. 기존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뒤흔드는 개혁적 정책일수록 화를 내는 이들도 많아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 장관에게는 달갑지 않은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