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후퇴’ 여파 정치권 증세 논쟁 다시 불붙나

입력 2013-09-27 17:56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축소로 촉발된 복지 후퇴 논란이 정치권의 증세 추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증세에 대해선 일단 박 대통령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이 부족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복지 논란이 거세질수록 정치권에서는 증세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경우 일찌감치 대기업과 억대 연봉자들에 대한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복지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김한길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부자감세 철회가 정답인데 박 대통령이 왜 공약파기라는 오답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증세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때 대기업에 3∼5%까지 깎아준 법인세율을 다시 되돌리기만 해도 한해 10조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근로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기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연간 3500억원의 세수 증대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은 또 현행 조세부담률(국민총생산 대비 세금부담)이 19.9%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보다 턱없이 낮은 만큼 복지를 확대하려면 이 역시도 21.5∼22% 정도 높이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법인세를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 때 법인세에 대해선 “(올리지 않는 게) 내 소신”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공감대 하에 증세를 할 수 있다”고 밝혀 법인세를 제외한 다른 분야 증세는 응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박근혜정부도 조세부담률의 경우 현재 19.9%에서 2017년에는 20.1%로 0.2% 포인트 정도 높일 방침을 갖고 있다. 여당도 조세부담률 상향조정이나 근로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과세표준 인하에 대해선 전향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향후 정치권에서 법인세를 제외한 증세 논의는 탄력이 붙을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조세 및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대타협위에서도 자연스레 증세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법인세다. 야당은 증세 대상 중에서도 핵심이 법인세율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권이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특히 ‘부자감세’인 법인세율 인하를 철회하지 않고, 개인들에 대한 증세만 할 경우 엄청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여야가 증세에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박근혜정부가 ‘복지 축소’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