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기초연금 축소, 안타깝고 죄송” 거듭 사과

입력 2013-09-27 17:55 수정 2013-09-27 23:01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기초연금 대상자 축소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전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행한 발언이 간접사과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청와대 초청행사에 참석한 65세 이상 노인들 앞에서 직접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간부 초청 오찬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모든 분들께 다 (기초연금을)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저도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사과에 앞서 박 대통령은 “자수성가란 말이 있는데 여러분은 이를 넘어 ‘자수성국(自手成國)’을 이뤘다. 6·25전쟁이 끝난 뒤 폐허나 다름없던 나라를 땀으로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라고 노인들을 격려했다. 이어 “어르신 세대에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제일 높다”고도 했다.

그는 “저는 어르신들이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은 국가가 보장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초연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그래서 지난 대선 때도 모든 어르신께 20만원씩 드리겠다고 공약했다”고 기초연급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뒤이어 “하지만 세계 경제가 다 어려워 우리도 세수가 크게 부족하고 국가의 재정 상황도 안 좋아 비교적 형편이 나은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 어르신들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어제 발표했다”고 공약 수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탄탄히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제2의 청춘을 누릴 수 있도록 앞으로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소득 상위 30% 어르신들께도 (기초연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이심 대한노인회장은 “기초연금과 관련해서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 경제상황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정부 재정이나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참석한 대한노인회 회원 100여명은 “예”라는 대답과 함께 박수를 쳤다. 행사의 주무부처가 보건복지부였지만 사표를 낸 진영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고 이영찬 차관이 대신 자리를 지켰다.

한편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다음달 6~12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과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을 위해 인도네시아·브루나이를 순방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17일에는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하는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외교를 펼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