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국방위 소속 아니면 자료 못 준다” 국방부 ‘이석기 사례’ 들어 거부
입력 2013-09-28 05:09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A의원실은 국방부에 국정감사 자료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사례가 있어 국회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이 아니면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게 거절 사유였다고 한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음에도 국방부에 자료를 요구해 군사기밀이 유출될 뻔했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법 128조 1항’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국회법 128조는 국회의원이 행정부처에 국감 자료를 요청하려면 ‘상임위 의결이나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례상 행정부처가 국회법을 이유로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경우는 거의 없다.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의원이 자료를 받아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27일 “A의원실이 정무위 의결을 받거나 정무위 소속 3분의 1의 동의를 받으면 국방부로부터 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앞으로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 의결이 있어야 자료가 제공된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번 방침은 ‘주는 자’와 ‘받는 자’ 또는 ‘숨기려는 자’와 ‘캐내려는 자’의 기싸움이 재현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행정부처가 해당 상임위에만 자료를 제출하면 업무가 한층 수월하다. 반면 의원실 입장에서는 상임위 의결을 거칠 경우 일이 복잡해져 자연스레 국감영역이 축소된다. 한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법무부·법원·감사원·국가정보원 등 힘 있는 일부 부처가 그동안 타 상임위에 자료를 주지 않으면서 버텨왔다”며 “국방부 방침이 어떻게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