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하나님이 기르는 소중한 꽃이란다”… 크리스천 화가들, 아파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의 전시
입력 2013-09-27 17:29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한 시구다. 하지만 꽃처럼 피어나야 할 청소년들이 피지 못한 채 스러지기도 한다. 크리스천 화가들이 25일부터 이 아픔을 나누기 위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트코리아가 주최하는 ‘너의 생명은 소중해’ 생명나무전이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광장동 갤러리 아래아에서 열린다. 홍광표 아트코리아 대표는 “국내 10·20대 청소년의 사망 원인 l위는 자살”이라며 “청소년들이 왜 아파하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재미화가 한정희씨는 같은 달 7일까지 서울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에서 ‘자연의 소리’ 전시회를 연다.
◇꽃은 사랑 위에 피고=생명나무전에 삼각형 모양의 평평한 돌이 걸렸다. 작품명은 생명의 노래. 돌 위에 하얀 꽃 아홉 송이가 피어났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떻게 물도 흙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꽃이 피었을까. 전태영 작가는 온돌방의 구들장으로 쓰이는 돌을 채석장에서 얻었다. 쓸모없어 버려진 돌이었다. 그는 돌 위에 야생화를 그렸다. 야생화는 하나님이 기르는 꽃이라고 전 작가는 생각한다. 하나님이 만든 햇빛과 비만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해 마음이 돌처럼 딱딱한 것 아닐까요.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준다면 생명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숨은 십자가’ 작가로 불린다. 모든 작품에 예수가 숨어 있어서다. 전시장에서 직접 찾는 재미를 누리길 권한다.
22명이 출품한 작품 중에는 꽃이 소재인 경우가 많다. 신미선 작가는 분홍빛 캔버스 위에 하늘을 향해 핀 카라를 그렸다. 이제 20대인 아들 둘을 키운 신 작가는 “나 역시 한때 세상 기준으로 자녀에게 성적을 강조한 적 있다”며 “삶의 진정한 기쁨은 하나님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인데 우리가 그걸 쉽게 놓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하늘 문이 숨어 있다.
갤러리를 방문하는 이들은 그림을 소재로 편안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신혜정 아트코리아 미술사역국장은 “생명을 주제로 한 그림을 본 아이들이 울면서 자기 얘기를 하거나 비전을 소개할 때 큰 감동을 받는다”고 전했다.
당초 1회 전시로 기획된 생명나무전은 뜨거운 호응으로 연말까지 전시 일정이 잡혔다. 5월 첫 전시 후 기획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전시를 제안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시가 된 것이다. 다음 달 16일부터 춘천 갤러리오르, 12월 4일부터 안양감리교회 내 파구스갤러리에서 이어진다. 아트코리아는 내년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아트캠프를 같은 주제로 계획하고 있다.
◇꽃 뒤에 그림자 있다=자연의 소리 전에서도 꽃이 많다. 큰 항아리에 빨간 꽃, 노란 꽃, 보라 꽃, 하얀 꽃이 수북하게 담겼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듯 항아리는 흙으로 빚어져요. 항아리에는 물이 들었어요. 이 물로 생명을 얻은 꽃들이 예쁜 꽃을 피웠어요. 꽃 뒤에는 그늘, 그림자가 있어요. 고통, 인내 후에 피어나는 아름다움이에요.” 한 작가의 설명이다.
3년 만의 고국 나들이에는 그동안 그린 43개 작품이 동행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생명의 은유는 본인의 삶과 선교 사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있는 나눔선교회를 섬긴다. 이 선교회는 마약 등에 중독된 한인 청소년들을 돌보는 곳이다.
“미국에 온 한인 중에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큰 분이 많잖아요. ‘내가 너희 교육 때문에 미국 왔다. 이렇게 산다’ 그러면서 자녀에게 성공을 강조하죠. 하지만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녀들은 고통 받기 쉽죠. 좌절한 자녀들이 주로 마약에 중독되요. 한 달에도 몇 차례 자살 소식이 들려요. 성경은 욕심이 죄를 낳고,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데…. 자녀가 숨져도 부모는 체면 때문에 그냥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요. 참 슬프죠?”
한 작가는 한인 청소년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생명을 그린 것이다. 그는 전시회 수익금을 모두 나눔선교회를 비롯해 쿠바, 중국, 한국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선교 현장 10여곳에 보내고 있다. 한 작가는 원로 서양화가인 부친 고 한봉덕 선생의 유언에 따라 3년마다 고국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