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 정치권에 맡기면 백년하청이다
입력 2013-09-27 17:41
검찰 개혁안 마련을 위해 가동에 들어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활동시한 마감을 코앞에 두게 됐다. 사개특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6개월간의 활동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주무부처인 법무부 황교안 장관 불출석 문제로 여야가 입씨름만 벌이다 산회했다. 활동 마감시한이 오는 30일까지여서 사개특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하는 일이 늘 그렇듯이 용머리를 그리겠다고 출발했으나 결국 뱀 꼬리도 그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상설특별검사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검찰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누리당과 민주당 합의로 설치한 기구가 사개특위다. 양당은 당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비롯한 검찰 개혁 입법을 올 상반기 내에 매듭짓겠다고 큰소리쳤다. 박 대통령도 지난 4월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상반기 중 검찰 개혁 마무리를 다짐했었다. 하지만 여야가 지금까지 열린 8차례 전체회의와 5차례 소위원회 회의에서 “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하나마나한 원칙에 합의한 게 전부나 다름없다. 국민들만 또 우롱당한 꼴이 됐다. 그런데도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데 대해 누구 하나 책임을 지겠다거나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 진정으로 검찰 개혁 의지가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자세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뇌물을 챙기는 검사가 드물지 않고, 슈퍼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피의자와 성관계를 갖는 지경에까지 이른 게 검찰의 현주소다. 대형 비리가 터질 때마다 검찰은 반짝 개혁 흉내만 내며 순간의 위기를 모면해 왔다. 정치권의 의지 부족과 검찰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맞물려 검찰 개혁이 이리 더딘 것이다.
여야의 입장 차이로 금년 중 개혁안 마련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한다. 검찰 개혁은 국정원 개혁과 더불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개혁이 지연될수록 검찰만 쾌재를 부른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