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중독, 심각한 사회 문제다
입력 2013-09-27 18:42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중 하나가 중독이다. 중독이란 인간이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켜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동시에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중독에 별로 관심이 없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다. 기껏 알코올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극히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중독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문제다. 최근 발표된 여러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 600만명 이상이 중독자로 추산된다. 그중 4대 중독으로 불리는 알코올 중독 155만명, 인터넷 중독 233만명, 도박 중독 220만명, 약물 중독 10만명 등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8명 가운데 1명이 중독자인 중독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중독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가족들, 나아가 사회 전반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알코올 중독의 경우 중독자의 건강 폐해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음주로 인한 가정폭력, 성폭력과 주취 범죄율이 높은데 범죄의 18%가 음주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도박에 빠지면 본인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게 된다.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파탄은 물론 사돈의 팔촌에게까지 돈을 빌려 그 경제적 피해가 알코올 중독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규모가 100조원이나 된다니 어떻게 보면 국가가 공공연하게 이 도박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어 설사 도박으로 돈을 잃었다 해도 만회하기 위해 한 방만 터뜨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박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도박에 빠져 인생이 망가졌다고 고백하는 사람을 보았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다시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없어 자연히 사회 복귀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인터넷 중독은 더 심각하다. 다른 중독들과 달리 어린이나 청소년층의 중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인보다 청소년의 중독률이 더 높다고 한다. 지금 어린이나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이 전체의 7%를 상회하고 있다. 하루 7시간 이상을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웹 서핑, 음악, 모바일 메신저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인터넷 중독은 수면 부족을 가져오고 우울증 등 일상생활에 장애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면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살인, 금품갈취, 폭력 등의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모두는 중독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에는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 게임, 도박 또는 음란물을 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공간에 제약을 받는 컴퓨터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중독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보급된 스마트폰이 4000만대에 이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중독돼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순간도 손에서 놓지 않고 어쩌다 잊어버리고 외출하면 종일 불안해한다. 지난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처럼 모여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하고 있어 ‘침묵의 추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스마트폰 중독 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학습부진을 비롯, 건강 이상(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약물중독과 유사하다고 한다) 등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우리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규제가 없다. 일본의 경우 초등학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예배 시간에도 스마트폰 보느라 고개 숙인 교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독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부분의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치료는 평생 가야 하는 것이기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현재 미디어중독연구소,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중독예방시민연대, 글로벌디아코니아 등 일부 뜻있는 기관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예방 교육과 치료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앞으로 이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가적 문제 인식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교회도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김경원 (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