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함께 살기

입력 2013-09-27 17:33


사도행전 11장 1~18절

베드로는 욥바 성에 있을 때 하늘로부터 큰 그릇이 내려오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네 발 가진 것과 들짐승과 기는 것과 공중에 나는 것들이 들어 있었고 “베드로야 일어나 잡아먹으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반사적으로 “그럴 수 없습니다. 속되거나 깨끗하지 아니한 것은 먹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은연중에 유대민족의 정결법에 의해 더럽다고 한 것들은 먹지 않겠다고 답한 것입니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두 번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어찌 네가 속되다고 하느냐?”

하나님이 말하는 참뜻을 알아차린 베드로는 그 후 이방인인 고넬료에게 성령의 세례를 베풀었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교유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의 유대인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방인과 함께한 베드로를 나무랐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들에게 “그런 즉, 하나님이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주신 것과 같은 선물을 이방인에게도 주셨으니 내가 누구관대 하나님을 능히 막겠느냐”고 말했던 것입니다.

‘내가 누구관대 하나님을 능히 막겠느냐’라는 이 말은 참으로 감동을 줍니다. 하나님은 그 누구도 배타하지 않고 품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선언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유대민족의 법과 문화에 갇혀 있는 분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바라본 하나님을 하나님의 전부인 양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유대민족을 초월해 모든 인류를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구관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막겠습니까.

베드로에게 내린 하나님의 계시는 ‘모든 존재들의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복음이라는 것을 여실히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배타적인 유대민족의 틀을 깨뜨린 사건이며, 자기 믿음만 옳은 믿음이라고 강변하는 자들에게 그 믿음은 틀린 믿음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동시에 모든 민족과 모든 존재에게 ‘하나님의 빛은 하나이며, 그 빛은 모든 인류에게 똑같이 비추고 계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 사건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임을 선언한 사건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의 복음은 다른 사람들을 ‘자기와 똑같은 신앙, 똑같은 문화,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서로 다른 신앙과 문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류에게 빛을 비추시는 분’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서로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복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배타적인 신앙은 결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내가 누구관대 하나님을 능히 막겠느냐”라고 한 베드로의 고백처럼 “우리가 누구관대 ‘함께 살아가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능히 막겠는가”라고 고백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들이 돼야 하겠습니다.

서로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 말씀이 여러분의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솟아나길 기도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라고 하시는 하나님 말씀이 여러분 모두 위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먼저 각자 삶의 현장 속에서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데 앞장섰으면 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모든 존재의 함께 살기’를 예수님의 진정한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분들 위에 충만하길 축원합니다.

조영배 목사(제주 강정생명평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