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사고 1년… 수습 마무리, 보상금 380억원

입력 2013-09-27 10:16

[쿠키 사회] 경북 구미공단의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면서 사고지역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다양한 대책과 예방안을 내놓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012년 9월 27일 오후 3시 43분쯤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불화수소(불산) 제조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났다.

불산(불화수소산, 플루오르화수소산)은 매우 유독한 가스로 분류되고 기체 상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호흡기의 점막을 해치고 뼈를 손상할 수도 있으며 신경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사고는 탱크로리에 들어있던 불산 19t을 제품 제조탱크로 옮기던 작업자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밸브를 건드리면서 발생했다.

작업복을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2000여명이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또 공장과 가까운 산동면 봉산리 및 임천리 마을은 탱크에서 나온 6t의 불산가스가 덮쳐 쑥대밭이 됐다. 212㏊의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 4000마리가 호흡 곤란을 겪었다.

주변 공장 81곳에서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고 건물 외벽·유리 및 차량 1954대가 부식 피해를 봤다. 결국 정부는 10월 8일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사고가 난 뒤 환경부와 구미시 등 당국의 초동 대처가 허술했고 수습이 미숙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119소방대는 유해물질 사고가 났을 때 쓸 중화제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채 물만 뿌려 피해를 키웠고 화학보호복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사고 현장은 물론 인근 지역에 제독작업과 잔류오염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3시 30분에 서둘러 심각단계의 위기경보를 해제했다.

구미시도 환경부의 심각단계 해제를 근거로 이날 오전 8시 30분 상황 종료를 선포하고 오전 11시에 대피한 주민에게 복귀토록 해 2차 피해를 키웠다.

불산이 남은 상태에서 진행한 이런 안이한 대응은 두고두고 주민에게 불신을 심어줬다.

정부도 사고발생 일주일 후인 지난 4일 범정부 차원의 차관회의를 연데 이어 사고발생 12일 후인 10월 8일에야 해당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샀다.

감사원은 올해 3∼4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여 관계 기관들이 제대로 협조하지 못해 화를 키운 사실을 적발했다.

사고수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소방방재청과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환경부,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인력 파견을 요청하지 않고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바람에 공조체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구미시는 연간 5000t 이상의 유독물을 제조하는 업체를 매년 정기검사 해야 하는 데도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이 연간 4800t의 불산을 생산한다고 신고한 것만 믿고 검사를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구미시에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관련 부처에 주의를 촉구했다.

사고 이후 보상절차는 마무리됐다. 주민대책위와 구미시는 지속적으로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고 순천향대구미병원을 환경보건센터로 지정해 주민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다.

또 농축산물을 정부 보상기준 내에서 시가로 보상하고 올해 생산되는 임산물과 과실류를 생육 상태에 따라 정부 보상기준 내에서 보상가를 재협의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모두 8회에 걸쳐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총예산 554억원 가운데 380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174억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지급된 보상금은 농작물 피해, 가축폐기, 임산물 피해, 기업체 피해, 차량피해, 건강검진비용 등이다.

현재 피해지역은 농업과 축산업이 재개되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시는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을 상대로 50억1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내고 서울 본사, 충북 음성·구미공장의 건물과 토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현재 구상권 청구소송 재판은 진행 중이다.

대구지법은 최근 휴브글로벌의 대표 허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미=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