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아랍의 봄’ 재연 조짐… 반정부 시위 확산 무력 진압
입력 2013-09-26 22:41
연료 보조금 중단으로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과 대도시 옴두르만 등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당국이 총과 최루탄으로 무력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속출했고 전국의 인터넷도 끊겼다. 학생이 주축인 시위대는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튀니지 시위 때 등장한 “국민은 정권의 붕괴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어 ‘아랍의 봄’ 시위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은 26일 현지 의료진 등을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한 29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집권한 1989년 이래 최대 사망자다. 옴두르만 소재 병원의 관계자는 “폭동 발생 후 지금까지 시신 21구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8구는 다른 지역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시르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TV연설에서 연료 보조금 삭감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보조금에 매년 17억 달러(약 1조8300억원)가 들어간다”며 “보조금 삭감은 비틀거리는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삭감으로 절약되는 돈은 개발기금 조성과 공공근로자 임금 인상에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수단의 연료 보조금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일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다며 이를 중단하면 지속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수단은 2011년 산유지대 대부분을 보유한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약 75% 줄었다.
보조금 지급 중단 이후 경유는 갤런당 12.5수단파운드(3047원)에서 20.8수단파운드(5070원)로 66.4% 뛰었다. 휘발유값은 갤런당 63.5% 올랐다. 40%의 물가상승률로 돈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고 달러도 부족한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는 하르툼 등 주요 도시에서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보조금 삭감이 서민에게 너무 고통스러운 조치”라며 반발했다.
25일 오후에는 전국에서 인터넷 접속이 끊겼다. 인터넷망을 관리하는 업체는 정부 지시에 따른 장애냐는 질문에 확인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집트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시민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으로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우려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적이 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