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꼭두 전시회’ 여는 디트마 그룬트만 “독일인, 삼성·LG 영향 한국 문화에 관심”
입력 2013-09-26 18:49 수정 2013-09-26 18:52
한국 ‘꼭두 전시회’ 여는 獨 그라시박물관 큐레이터 디트마 그룬트만
독일 라이프치히의 그라시 인류학박물관. 유럽 내 최대 한국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으로 고려청자, 궁중 유물 등 총 2100점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에서 벼슬을 한 최초의 서양인으로, 대한제국 외교고문을 지낸 독일인 파울 게오르크 폰 묄렌도르프가 수집한 유물도 이곳 소장품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꼭두, 영혼의 동반자’ 전시회가 그라시 박물관에서 26일(현지시간)부터 11월 17일까지 열린다. 꼭두는 전통 상례에서 망자를 묘지까지 모시는 데 사용되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품이다. 전시엔 서울 동숭아트센터 꼭두박물관 소장품이 대관됐다. 조선후기 상여와 꼭두 76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그라시 박물관 책임자인 큐레이터 디트마 그룬트만을 지난 14일 현지 박물관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박물관은 한국 관련 소장품이 최대이기도 하지만 역사도 가장 오래된 만큼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오래해 왔다”며 현지 다른 박물관을 제치고 한국 전통문화 관련 전시를 하게 된 것이 기쁘다고 했다. 전시를 공동 주관한 윤종석 주독 한국문화원장은 “전시 제의에 대해 예정에 없던 특별 전시홀을 제공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죽음 문화와 관련 있는 꼭두는 용, 봉황, 호랑이와 같은 동물의 형상이나 시종, 악공과 같은 인물의 형상을 한다. 그는 “조형성에서 한국적 특성이 드러나지만 죽음이 세계 공통의 주제여서 그런지 비슷한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있어 흥미롭다”며 “아프리카 시베리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유사한 관습이 있다”고 전했다.
“독일 식자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전하는 그룬트만은 “삼성 LG 등 한국 대기업의 첨단 IT제품 등이 독일에서 대중화되면서 한국 전통문화나 민속예술에 대한 관심이 새록새록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배경에는 분단의 상처와 개발의 기적 등 현대사적 백그라운드가 쌍둥이처럼 비슷한 데서 오는 동질감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영국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꼭두, 또 다른 여행길의 동반자’ 특별전이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성사됐으며 독일에 이어 헝가리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에 걸쳐 내년 4월까지 이어진다.
라이프치히=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