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첫 해군 출신 합참의장
입력 2013-09-26 18:24
취업 첫해 받는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이 많은 미국 대학에 하버드·프린스턴·예일·컬럼비아대학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해군사관학교, 육군사관학교, 하비 머드 칼리지가 각각 금·은·동메달을 차지한다. 중견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하비 머드 칼리지, 해사,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순이다. 이 정도면 해사는 물론 육사 출신도 어깨에 힘을 줄 만하다.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육군 50만6000명, 해군(해병대 포함) 6만8000명, 공군 6만5000명 수준이다. 미국은 육군 64만1000명, 해군(해병대 포함) 53만9000명, 공군 34만400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육군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반면 미국은 해·공군을 합한 병력이 육군보다 훨씬 많다. 특히 해병대를 포함한 미 해군 병력은 육군보다 적지만 전력은 육군을 능가한다.
한국군과 미군 편제가 달라서 양국 3군의 위상을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군에서 육군의 독주가 심한 것만은 분명하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육사 출신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해 육군 파워가 세졌는지도 모른다.
국방개혁 ‘818계획’은 육해공군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합동참모본부(합참) 장교 구성을 ‘2대 1대 1’ 비율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육군이 주요 보직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육사 출신이 장악한 것이다. 그래서 합참이 아니라 육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추세는 국방부와 직할부대 편제로도 이어진다. 국방부가 아니라 육방부(陸防部)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25일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파격 인사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이 뒤따랐다. 육군 독주를 막고 3군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 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장관 경호실장 등 핵심 안보라인을 육군이 독식한 데 따른 비판을 무마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공군참모총장 출신이 합참의장을 거쳐 국방장관으로 영전한 적이 있다. 합참의장은 국방장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일 수는 있다. 일부에서는 육해공군이 돌아가면서 합참의장을 맡는 방안을 거론하지만 이 자리는 무책임하게 나눠 먹을 보직이 아니다.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 능력, 청렴성, 강직함 등을 두루 겸비한 4성 장군이 맡아야 할 요직이다. 최윤희 38대 합참의장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